[아마존의 눈물 스페셜⑤]제작진이 털어놓은 '아마존' 뒷이야기

  • 등록 2010-02-05 오후 1:08:48

    수정 2010-02-05 오후 1:10:34

▲ 김진만PD(왼쪽)와 김현철PD (사진=MBC)


[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생사가 담긴 고생담을 털어놓는 목소리 치고는 담담했다.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고생은 끝나 좋은 추억이 됐고 성과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일 게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의 연출자 김진만 PD와 김현철 PD. 시청자들의 호평에 회당 최고 20%가 넘는 시청률로 한국 다큐멘터리에 새 역사를 썼지만 이들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아마존의 눈물'은 야생의 맹수와 질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 가족과 1년여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그러다 "기획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한마디에 김현철 PD는 담당자로 확정된 것처럼 MBC 시사교양국 내부에 소문이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그나마 김현철 PD는 아내가 방송일을 하고 있어 이해를 해줬다. 김현철 PD는 바로 선배인 김진만 PD를 공동연출로 지목했다. 김진만 PD는 미혼이었고 김현철 PD의 학교 1년 선배이기도 했다. 그만큼 팀워크가 잘 맞았다.

김진만 PD는 내심 마뜩잖았다. 김진만 PD는 "군대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며 "제작비 펀딩이 어려우리라 예상해 일단 수락을 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가 4억원을 지원결정했다"며 웃었다.

우여곡절은 그치지 않았다. 김현철 PD가 추간판 탈출증으로 1개월간 입원하게 된 것이다. 담당의사가 김 PD에게 "총괄 프로듀서가 진위를 물어와 입장이 곤란하다. 진짜 아마존에 가고 싶냐 아니냐"를 물은 것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아마존에서 예상했던 고생은 이어졌다. 길도 없는 정글을 무거운 촬영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것은 물론 곤충들이 덤벼드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 흡혈곤충 삐융에 물려 김현철 PD는 아직도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원시부족을 촬영하면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문명을 맛봤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는 부족들이 있었다. 마루보족을 촬영하면서 발전기를 빼앗긴 게 대표적인 경우다.
 
촬영을 허락해주는 조건으로 마루보족에게 선물을 줘야 했는데 발전기를 요구한 것이다. 처음에는 거부를 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촬영이 끝난 뒤 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수락했는데 당장 내놓으라고 했다. 안내자는 "내일은 카메라를 달라고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발전기를 빼앗긴 채 새벽에 도망치듯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 와중에도 방송에서 소개된 고아 소녀 릴리아니가 눈에 밟혀 해먹 등을 집에 넣어줬다.

마티스 부족의 사냥을 쫓아갔다가 멧돼지와 마주 선 일도 돌아보면 아찔한 경험이다. 키우던 멧돼지가 우리를 탈출하자 마티스족 10여명의 전사와 사냥개가 나섰고 제작진도 뒤를 따랐다. 그런데 궁지에 몰린 멧돼지가 돌아서 공세를 취하자 믿었던 10명의 전사가 나무 위로 피신했다. 멧돼지에게 받히면 부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냥개들도 도망쳐 버렸다.

김진만 PD는 "멧돼지와 제작진 세 명만 황망히 마주 선 상태였다. 나무 위로 도망갈까 고민했는데 송인혁 카메라 감독이 계속 멧돼지를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감명받아 자리를 지켜야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멧돼지는 다시 도망을 쳤고 마티스 족은 쫓아가 사냥을 마쳤다.

조에족은 특별관리를 받는 부족이었다. 외부와 교류하지 않는 터라 촬영 허가를 받는 데만도 상당기일이 걸렸다. 잠을 자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끼니마다 베이스캠프인 후나이까지 1시간을 걸어와야 했다.

촬영을 하면서 변하고 있는 아마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명과의 접촉이 이유였다. 외부와 교류를 하는 마티스족은 사냥에 산탄총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더 이상 활로 사냥을 하지 못한다. 김진만 PD는 "전통적인 방식의 사냥을 화면에 담고 싶었는데 이들이 `카누는 젓기 힘들다`면서 `모터보트로 갈 테니 기름을 달라`고 할 정도였다"며 씁쓸해했다.

아마존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는 소수 부족에게 아마존의 넓은 땅을 주는 것을 불만스러워했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불을 질러 밀림을 없애고 그 땅을 활용하고 싶어했다.

김진만 PD는 인터뷰 끝자락에 아마존의 원시부족에 대해 "어쩌면 (문명사회보다) 더 나은 사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잊고 살던 것을 다시 깨닫게 된 것 같다"며 그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그들이 사는 아마존이 없어지지 않도록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한 것 같다며 두 PD는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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