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대한민국 연예계를 바라보는 천박한 시선

  • 등록 2009-03-30 오전 11:27:40

    수정 2009-03-30 오후 4:44:48

▲ 지난 7일 자살 사망한 고 장자연과 그녀가 생전 남긴 친필문건의 일부.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연예인 ○○와 술 한잔 할 수 없을까?'
 
90년대 초 필자가 연예부 기자로 처음 입문했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중 하나다.

사람들은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각종 스캔들에 관한 진실을 묻는 동시에 TV에 나오는 예쁜 여자 연예인과의 술자리를 농담삼아 언급하곤 했다.

그 가운데 연예계와 관련이 없는 한두명, 돈푼 꽤나 있다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특정 여자 연예인을 지목한 뒤 자신이 술을 살테니 자리를 만들어 달라 요구하곤 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듣고 넘겼지만 같은 요구가 반복되다보니 나중에는 설명과 함께 화를 내게 됐다.

그랬다. 슬픈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여성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듯 천박했다. 그들의 연기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뒷전인 경우가 많았다. 여성 연예인을 술자리에서 함께하면 좋은 팬터지를 가진 존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연예계를 비롯,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장자연 사건은 바로 여성 연예인을 바라보는 그런 천박한 시선 가운데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장자연 사건의 보다 정확한 실체는 향후 경찰 조사를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 하지만 그녀가 술자리에 종종 불려나갔던 정황은 주변인들의 진술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고 그런 현실 자체가 던지는 충격은 컸다. 장자연 사건은 대한민국 여배우들의 우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자연 사건을 통해 연예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오다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성상납, 스폰서 등과 관련 일부에선 여배우들이 필요로 하니까 생겨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물론 일견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신인 한 명이 스타로 성장하기까지는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출연료는 한마디로 보잘 것이 없다. 다행히 재능이 있거나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면 소속사에서 적극 투자를 하겠지만 그런 경우는 사실 극히 드물다. 결국 그들은 성공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스폰서를 찾게 된다. 상당수의 스폰서 문화는 이런 수요에 의해 양산돼 왔다. 겉모양은 그럴 듯 하지만 먹고 나면 온 몸으로 독이 퍼지는, 스폰서는 배우들에 독버섯과 같다.

우리네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술 한잔 먹는 것을 마치 무슨 대단한 특권인양 생각한다. 동시에 자신이 오랜시간 꿈꿔온 팬터지를 이루는 것으로도 여긴다. 물론 사회적 위치와 재력 등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들에겐 단순 '상상'에 그치고 말 일이다. 하지만 연예인에게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와 힘을 지닌 이들에겐 다르다. 결국 이런 그릇된 사고가 장자연과 같은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최근 경찰 수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장자연 사건의 뒷이야기를 접하며 우리가 아닌 다른 세상의 일로 간주하고 있다. 연예계에서조차 '이는 일부에 국한된 일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 우리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연예인에 대한 천박한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2, 3의 장자연 사건은 단절될 수 없다. 연예인, 특히 여자 연예인을 술자리 안줏감 내지는 이야기 상대 정도로만 여기는 대한민국 전체의 인식부터가 바뀌어야 한다. /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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