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 뉴웨이브①]싼 티? 숨겨진 보석같은 이야기의 힘

  • 등록 2008-12-02 오후 1:36:25

    수정 2008-12-02 오후 11:21:44

▲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달찬놈' 장기하의 부각에 가요계 키치 문화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최근 인디계의 서태지로 불리며 주목 받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발화점으로 하찌와 TJ,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의 음악 속 ‘키치 문화’가 가요계 새 흥행 코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

촌스러운 B급 감성을 특징으로 하는 이들의 키치 코드는 10~20대 젊은 음악 팬들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는 복고스러운 음악에 판소리를 활용한 노래 게다가 양팔을 아래 위로 휘젓는 ‘4차원 퍼포먼스’로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 잡고 있다. 이미 장기하는 인터넷에서 ‘장교주’라 불리며 네티즌들의 ‘추종’을 받고 있으며 그의 노래 ‘달이 차오른다, 가자’의 경우는 홍대 인디씬의 ‘텔 미’라 불릴 만큼 패러디 UCC 열풍도 거세다.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과 달빛요정만루홈런, 하찌와 TJ도 이미 구수하고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컬트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

▲ 불나방스타 쏘세지 클럽(사진=그룹 팬 사이트)

이들의 음악 속 흥행 코드는 다름 아닌 가사의 ‘B급 감성’에 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중략)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중), ‘함께 가줘요 롯X리아. 불고기 버거 내가 내가 내가 내가 쏘리라. 당신은 한 송이 후리지아. 영원한 나만의 시실리아’(불나방스타 소시지클럽, ‘시실라아’ 중),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놈은 서울대를 나온 X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대머리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났나’(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스끼다시 내 인생’ 중) 등이 그 것.

하나같이 ‘루저(Loser)’ 정서를 토대로 하고 있는 이 노래들은 그러나 특유의 유머가 버무러져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덜게 한다. 어려운 시대, 젊은이들의 절망과 시련을 옛 운동권 시절처럼 직설적이고 과격하게 부르짖는 것이 아닌 적절한 유머로 기름칠 해 심급을 찌르는 것이 10~20대 팬들로 하여금 정서적 공감대를 갖게 한다는 것이 한 가요 관계자의 분석이다.

그러나 장가하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등의 진가는 단순 가사와 음악의 기괴함에 머물지 않는다. 음악평론가들은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이들의 음악적 외피 속 숨겨진 가사의 힘에 주목했다.

김 작가는 장가하 등이 성공한 이유로 그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들었다. 김 작가는 “장기하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하찌와 TJ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모두 서사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며 “최근 이들이 음악 팬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캐릭터적인 요소 뿐 아니라 대중 음악에서 사라진 이야기를 이들의 음악에서 찾고 열광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도 “아마추어리즘의 승리라 볼 수 있는 장기하 등이 홍대 인디씬의 펑크 밴드와 다른 점은 가사의 힘에 있다”며 “웃기지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의 힘이 인기 요인”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사진 왼쪽)

최근 가요계는 가사 선정성 논란과 더불어 의미 없는 반복적인 가사가 음악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하 등의 음악은 단순히 즐기는 음악에서 그치지 않고 듣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고 생각해 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는 것이 음악평론가들의 중론이었다.

장기하는 지난 10월 발매한 싱글 수록곡 '느리게 걷자'에서 빠른 속도와 경쟁에 매몰돼 현재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했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같은 달 발매한 3집 수록곡 '스무살의 나에게'에서 결국 삶이란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굿바이 알루미늄'을 통해 누구에게든 아마추어적 순수함을 보이는 것을 원치 않는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장기하 등 가수의 부각이 대중음악의 다양성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복고풍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으로 획일화 된 가요계에 장기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포크 음악과 불나방스타 쏘세지클럽의 라틴 음악이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 그룹 하찌와 TJ

특히 장기하는 지난 10월 발매한 싱글 수록곡 ‘느리게 걷자’ 중 ‘워찍하까~~’ 부분에서 판소리 아니리 같은 운율과 음을 살리며 70년대 산울림, 이장희 등 전통 포크 가수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장기하 등 키치 코드를 갖고 있는 가수들의 성공을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들이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기존 대중음악계에선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에 기인한 탓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이 단순한 ‘엽기 코드’나 ‘키치 코드’ 등 외형적인 주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음악적 장르로 인정 받고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다름아닌 노래로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대중음악계에 새 바람을 몰고온 장기하 등 가수들이 향후 어떤 재기발랄한 노래와 감성으로 다양한 음악에의 욕구를 지닌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나갈 수 있을지에 가요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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