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국내 미니시리즈 여성 연출자 1호...'커피프린스 1호점' 이윤정 PD

  • 등록 2007-09-03 오후 12:53:20

    수정 2007-09-03 오후 1:25:59

▲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PD(사진=MBC 제공)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드라마국에는 종종 낯선 풍경이 연출된다. 남자 PD들 사이에 앉아있는 몇몇 여자 PD들 때문이다.

이윤정 PD(33)도 그중 한명이었다. 사전제작은커녕 쪽대본이 난무해 촬영스케줄에 좇기다 연일 밤샘 촬영을 하기 일쑤인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 상 PD도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한눈에도 여려 보이는 여자의 몸으로 그 힘들고 고된 강도의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해 낸다는 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 한동안 이윤정 PD를 보면 그런 선입견이 먼저 들었다.

더구나 이윤정 PD는 항상 싱글싱글 웃는 얼굴에 목소리도 너무 작아 말을 건네면 귀를 기울여야 겨우 대답을 알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촬영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를 이끌려면 당연하다 생각되는 카리스마는 이윤정 PD의 평소 모습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윤정 PD는 그저 낯선 풍경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지난 2005년 4부작 ‘베스트극장’으로 방송된 ‘태릉선수촌’으로 주목받더니 지난 8월27일 17회로 종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이끌며 제대로 ‘사고’를 쳤다.

◇ '커프'로 제2의 도전...스타 PD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다

“요즘 술 마시면서 지내요.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그동안 촬영 때문에 못마셔서요.”

‘커피프린스 1호점’ 종영 후 근황을 묻자 이윤정 PD는 전혀 의외의 대답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게 했다. 다른 PD들 같았으면 매일 술을 마시고 있더라도 ‘그냥 쉬고 있다’고 대답했을 텐데 '다소 엉뚱하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싶었다고나 할까?

하긴,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여자 드라마 PD 중 국내 첫 미니시리즈 연출을 맡았을 때만 하더라도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사람들의 코를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로 납작하게 누를 수 있던 것도 그 솔직함과 엉뚱함 때문이었을 게다. 진부한 설정에서 탈피해 신세대들의 사랑 방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또 남녀의 사랑을 엉뚱하게 동성애로 포장한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들로 꼽히니 말이다.

“운이 좋았어요. 저뿐 아니라 작가, 스태프, 배우 모두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를 사랑했으니까요. 사람이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힘들어도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고 하잖아요. 그랬으니 모두 자신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었죠.”

이윤정 PD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을 운으로 돌렸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기획과정을 돌아보면 단순히 운만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윤정 PD는 당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원작소설가인 이선미 작가가 쓴 다른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이선미 작가를 만났다. 그 소설은 시대극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16부작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졌고 이선미 작가의 추천을 받아 원작을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변경했다.

이 원작을 만난 것은 운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판단은 이윤정 PD의 몫이었다. 선택한 이유? 대답은 간단했다.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애초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도, 기획의도도 없었다는 말이 이윤정 PD의 또 다른 엉뚱함을 드러냈다.

▲ 이윤정 PD가 연출을 맡은 화제작 MBC '커피프린스 1호점'(사진=MBC 제공)



◇ '커피프린스 1호점'의 성공 요인은 스태프들의 드라마를 향한 사랑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돋보였던 것 중 하나는 캐스팅이다. 남장 여자 고은찬 역의 윤은혜, 재벌 3세 최한결 역에 공유, 최한성 역에 이선균, 한유주 역에 채정안, 커피숍의 프린스 3인방 등등.

특히 4명의 주연 배우들은 기존에 보여줬던 것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연기를 했지만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 극중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결국 캐릭터에 잘 들어맞는 배우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배우와 관련해 이윤정 PD에게 몇가지 질문을 했다. 배우들의 매력은? 배우들을 커피의 종류와 비교한다면? 배우들에게 아쉬운 점은?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사랑에 자신의 사랑 경험과 감정이 대입됐는지.

이윤정 PD는 “모르겠어요. 대답들이 다 엉성하죠?”라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면서도 “캐스팅은 순조로웠어요. 윤은혜는 대하기 너무 편했고, 이선균은 과거 KBS 2TV 드라마시티에서 보여준 연기에 이어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작업하며 믿음이 충분히 쌓였어요. 공유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스타인데 자신이 스타라는 의식이 없어 놀랐죠”라고 설명했다.

당초 한유주 역에는 채정안이 아닌 박지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채정안이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어찌 보면 계획에서 어긋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성공적 캐스팅. 이윤정 PD는 “박지윤이 캐스팅됐다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채정안이 이 역할을 맡은 것은 하늘이 도운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윤정 PD는 한동안 휴식을 취한 뒤 미니시리즈는 2008년 하반기에나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아직 어떤 드라마를 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커피프린스 1호점’도 그랬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윤정 PD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어떤 걸까?
 
“‘섹스 앤 더 시티’, ‘캐빈은 열두살’ 같은 드라마요. 젊은이들의 성장과정과 그 속에서 커가는 사랑 이야기가 좋아요.”


▶ 관련기사 ◀
☞[김은구의 PD열전]'커프' 이윤정 PD "여자라서 주위 우려 많았죠"
☞[김은구의 PD열전]공유가 본 이 PD "여심 사로잡는 비법 아는 고수"
☞[김은구의 PD열전]이윤정 PD, '커프' 촬영하며 '일기쓰기식 연출자' 별명 얻어
☞[아듀! 커프] 좀처럼 깨기 싫은 러브 판타지...다시 보는 '명대사 명장면'
☞[아듀! 커프]트렌디드라마의 진화... 우리가 '커프'를 사랑한 이유

▶ 주요기사 ◀
☞'디 워' '화려한 휴가'...할리우드 외화에 6주 만에 1위 빼앗겨
☞박상민 "불구속 기소 '가짜 박상민'...재판에서 진실 가려지길"
☞[차이나 Now!]중국은 어린이 스타 열풍...부모 극성 부작용
☞이인혜, 데뷔 15년 만에 스크린 첫 주연 감격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승자는 누구?
  • 한라장사의 포효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