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연예계 불황 '네 탓이요'

  • 등록 2008-01-28 오전 9:59:33

    수정 2008-01-28 오전 10:42:56

▲ 지난 23일 개봉 2주만에 19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 영화의 주요 출연진들은 계약 당시 자신들의 출연료를 스스로 낮춰 화제가 됐다.

[편집자주]‘클릭하면 스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변하고 있다. CD와 필름을 대신하는 디지털 매체의 등장으로 호흡은 점차 가빠졌고, 다매체 시대 매체간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산업화에 살아남기 위한 해법도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진단해본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네 탓이요~’

이름만 대면 아는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저녁모임 자리에서 볼멘 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 영화계가 겪고 있는 불황이 마치 배우들의 몸값 때문인 것처럼 묘사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배우 몸값은 시장논리일 뿐 산업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 개런티를 낮춘다고 한국 영화계가 살아남는다면 얼마든지 하겠다"면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몇몇 스타들이 자신이 받는 개런티를 깎아 영화계를 도왔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배우 몸값이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대중문화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로가 '네 탓'이라며 그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있는 모양새다. 누구도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제작사는 배우의 몸값 탓을, 영화사와 음반사는 불법다운로드와 이통사 및 극장과의 부율(수익배분 비율) 문제 탓을, 그리고 배우나 가수 그리고 이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기획사들은 자신들의 몫을 제대로 찾는데 어렵고 복잡한 국내 연예계 환경을 탓한다.

책임 추궁의 포문을 연 것은 영화제작사와 드라마 제작사였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배우들의 몸값이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시장에 맞는 상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작비 기준으로 최고 60%까지 차지하는 배우 개런티는 작품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사무총장은 "드라마 제작비는 턱없이 부족한 데도 스타의 몸값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치솟는 스타 몸값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드라마 시장뿐만 아니라 스타도 공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미니시리즈에 홀어머니와 홀아버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빠듯한 제작비에 기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흥행을 거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제외하고는 배우 개런티가 흥행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은 "최근 배우가 선의의 뜻으로 개런티를 대폭 낮춘 작품들은 흥행에 실패했다"며 '높은 배우 몸값=수익성 악화'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배우 개런티라는 것이 시장의 논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인데 수요가 없다면 어떻게 그런 금액이 생겨나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배우 몸값이 제작비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정말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1, 2명의 스타를 제외하고는 2년 전의 개런티와 별반 다를 바 없다.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금 불황의 원인을 모두 배우의 몸값에만 맞출 수 있냐"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선진화돼지 못한 국내 연예계 구조를 지적하면서 불법다운로드로 인해 극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 초상권과 저작권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점, 그리고 몇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 영화관 입장료 등을 문제 삼았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이 무턱대고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면서 "신생 제작사의 경우 일단 잡고보자는 생각에 지금 개런티의 2,3배를 부르지만 특급 스타들의 경우 돈만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제작사의 신뢰도나 감독의 연출 능력 등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업계 불황을 '네 탓'으로 여기는 분위기 속에 서로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러닝 개런티다. 러닝 개런티는 97년 한석규가 '쉬리'에 출연하면서 도입된 이후 한때 붐을 이뤘지만 한동안 뜸했었다. 전문가들은 "초기 투자 위험을 나누는 대신 흥행에 성공하면 그 열매를 나누자는 러닝 개런티야 말로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래 배우들의 몸값이었으면 제작조차 못했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이런 과정을 통해 흥행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순히 배우 몸값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극장 밖에 없는 영화계 수익률 윈도우에 대한 다변화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요계도 불황의 골이 깊다. 음악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예전처럼 음반 판매로만 이윤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앨범 1장의 제작비(최소 1억원)을 건지려면 3만 장은 팔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황에선 스타급도 3만 장을 넘기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나 매니지먼트는 이동 통신사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음악시장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음악 시장의 매출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음원 수익 분배 비율은 이동통신사, 중간 유통 마진을 제외하면, 정작 음반 제작사와 가수에게 돌아가는 몫은 2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제작자와 저작권자가 나눠 갖기 때문에 가수는 500원짜리 MP3 다운로드 음악 한 곡을 팔아봤자 몇십원의 수익 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다른 목소리도 많다. 지금의 불황을 이통사의 책임으로만 몰기에는 너무 단편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국내 가요계의 불황은 요율문제에 앞서 발라드에 편중돼 있는 음악시장의 다변화 실패 차원이 크다고 말한다. 또 음반시장만을 고집하는 뮤직비디오를 앞세운 마케팅과 디지털 환경으로 급변하는데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음반제작사와 가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또 음반제작사, 이통사, 소리바다, P2P 사이트 등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각종 주체들이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는 현 가요계의 실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OBS경인TV '쇼도 보고 영화도 보고' 프로듀서(sanha@obs.co.kr

 
▶ 관련기사 ◀
☞[윤PD의 연예시대②]연예인 노출, 춤추는 화약고...대책 마련 시급
☞[윤PD의 연예시대ⓛ]나훈아 곽현화의 '노출'로 본 코리아 대중문화
☞[윤PD의 연예시대③] 대중문화 집단체제 무엇이 문제인가?
☞[윤PD의 연예시대②] 가요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윤PD의 연예시대ⓛ] 급부상하는 연예계 OO라인 XX사단

 
 
▶ 주요기사 ◀
☞김래원, '식객' 촬영장 팬들 응원 방문에 파워 업 "추위와 피로 안녕~"
☞소녀시대, '걸스카우트 포스터' 공개...홍보대사 활동 본격 돌입
☞'미우나 고우나' 3수끝에 주간시청률 40% 돌파...'뉴 하트' 2위 상승
☞허이재 "자전거 공포증 극복해가며 연기 매진"
☞SBS 주말 드라마 시장 평정....'며느리 전성시대' 종영 반사이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