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의 돌풍 속에 담긴 3가지 키워드

  • 등록 2008-08-20 오전 9:44:37

    수정 2008-08-20 오전 9:53:35

▲ '세대교체'의 주역, 김현수(왼쪽)-이용규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19일에는 아마야구 최강 쿠바까지 꺾으며 6전 전승으로 예선 1위 통과를 확정지었다.
 
이제 메달의 색깔을 결정지을 진짜 승부(4강전)가 남아있지만 예선리그서 보여준 한국야구의 모습은 이미 '희망'을 이야기해도 충분할 만큼 인상적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확인된 한국야구의 새로운 모습을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세대 교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을 '병역 대표팀'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24명의 엔트리 중 무려 14명이 병역 미필자였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대회 중 역대 최다 인원이다.
 
우려도 적지 않았다.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 반대였다. 우리의 젊은 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했다. 여기에 뚜렷한 목표의식까지 더해져 정신력 또한 강건했다. 한마디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이었던 것이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신화를 이끈 김인식 한화 감독은 네이버 문자중계 해설을 통해 "지금 대표팀이 WBC때보다 강한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
 
WBC의 주역은 박찬호 서재응 등 해외파 선수들이었다. 둘 모두 당시 기량은 하향세였다. 노하우와 노련함으로 이를 극복해 냈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의 쌍두마차 류현진 김광현의 기량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 감독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다.
 
여기에 이종욱 정근우 고영민 강민호 등 80년대 이후 출생 선수들도 국내 무대서와 다름없는 활약으로 대표팀에 기운을 더했다.
 
14명의 미필 선수는 짐이 아닌 덤이었던 셈이다. 예선리그서의 선전이 계속 이어져 메달 획득까지 성공한다면 그들은 한국야구에도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기존 고참급 선수들의 분전까지 유도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책임감
야구 대표팀의 경기는 매번 짜릿한 감동을 함께 안겨줬다. 단순히 접전이 펼쳐졌기 때문이 아니다.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말이 아닌 플레이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아마 대회의 낯선 규정과 행정력 부재 탓에 지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선수들 사이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귀한 몸이지만 스스로 공을 나르고 불펜 포수를 자청했다.
 
이런 마음은 경기장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됐다. 정근우는 제 자리인 2루를 내주고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면서도 연신 웃는 얼굴이었다. 송승준은 상대적으로 빛이 덜나는 경기마다 선발로 나섰지만 어떻게든 책임 이닝을 채우기 위해 애썼다.
 
그뿐 아니다. 한국 최고 마무리투수 소리를 듣던 정대현과 오승환은 대회가 열리기 전 마무리투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그들에게 책임이 주어지자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해냈다.
 
모두 팀보다 개인의 자존심을 앞세웠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정대현과 오승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얻을 것이 그리 많지 않는 선수들이다.
 
김민재 진갑용 이승엽으로 대표되는 고참급 선수들이 그만큼 팀 분위기를 잘 이끈 덕이라 할 수 있다.   
 
▲ 이대호
▲실패
이대호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톡톡히 한풀이를 하고 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이대호는 대만과 일본에 차례로 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고비때마다,그것도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홈런 한방씩을 때려내며 중심타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실패에서 얻은 학습효과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할 수 있다.
 
정근우 윤석민 등도 도하 아시안게임 멤버다. 대회 규모나 수준으로 보면 아시안게임이 한결 수월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패의 힘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팀은 예선리그를 모두 이겨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주루 플레이나 작전 상황에서 실패가 적지 않았다. 승리의 기쁨에 앞서 '왜'를 고민하는 진지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진짜 승부를 이겨낼 수 있다. 
 
벤치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실험은 있을 수 없다. 예선리그서 드러난 문제점과 그에대한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큰 틀의 색깔은 유지하되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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