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전의 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사석들이 다시 살아나서 상대편의 대마(大馬)를 잡아 버리기도 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19일 쿠바전 선발로 나선 송승준은 사석이었다.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사실상 5.5경기(중국전 서스펜디드 게임 포함)를 내리 접전으로 치른 대표팀은 투수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대표팀 투수진 구성에서 핵심전력이 아닌 송승준에게 쿠바전을 맡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최소 2위를 확보했던 만큼 송승준에게 져도 되는 경기를 맡겨 다른 투수들의 휴식을 꾀했던 것이다.
송승준은 사석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쿠바전서 6.1이닝이라는 기대 이상의 이닝을 던지며 투수를 아낄 수 있도록 도왔다. 거기에 3점만으로 쿠바 타선을 막아내며 뜻하지 않은 승리까지 안겼다.
|
비단 '승리투수'만으로 송승준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그의 진정한 '희생정신'은 대표팀의 올림픽 레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힘이 되고 있다.
큰 의미 없는 경기서 힘을 빼고 싶은 선수는 없다. '중국전 선발'은 국제대회에 나가는 투수들에겐 피하고 싶은 간택이다.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의 입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을 상대로 최소한의 힘을 쏟도록 해주는 선발 투수는 기록 이상의 힘이 된다.
구위가 아주 빼어났던 것은 아니다. 단조로운 피칭내용과 흔들리는 제구는 믿음직 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팀을 위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책임감만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도 남았다.
송승준은 베이징 올림픽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러나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멋진 조연이었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관련기사 ◀
☞한국 쿠바 꺾고 예선 1위 확정...6전 전승 상승세
☞[이진영의 베이징 일기8]'최고'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것
☞정근우 윤석민 '마당쇠 활약'에 메달 꿈 영근다
☞잇단 '살얼음 승부' 4강전 이후 영향력은?
☞대만전 해설 데뷔 서용빈 "슬럼프는 좋을 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