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사석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보여준 진짜 사나이'

  • 등록 2008-08-19 오후 3:33:04

    수정 2008-08-19 오후 3:53:09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사석(捨石)의 사전적 의미는 '바둑에서, 버릴 셈 치고 작전상 놓은 돌'이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사석이다.

그러나 사전의 설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둑에서는 사석들이 다시 살아나서 상대편의 대마(大馬)를 잡아 버리기도 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19일 쿠바전 선발로 나선 송승준은 사석이었다.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사실상 5.5경기(중국전 서스펜디드 게임 포함)를 내리 접전으로 치른 대표팀은 투수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대표팀 투수진 구성에서 핵심전력이 아닌 송승준에게 쿠바전을 맡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최소 2위를 확보했던 만큼 송승준에게 져도 되는 경기를 맡겨 다른 투수들의 휴식을 꾀했던 것이다.

송승준은 사석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쿠바전서 6.1이닝이라는 기대 이상의 이닝을 던지며 투수를 아낄 수 있도록 도왔다. 거기에 3점만으로 쿠바 타선을 막아내며 뜻하지 않은 승리까지 안겼다.
▲ 송승준 [뉴시스]

비단 '승리투수'만으로 송승준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 그의 진정한 '희생정신'은 대표팀의 올림픽 레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힘이 되고 있다.

송승준은 14일 중국전에도 선발로 나서 6이닝을 던졌다. 비 탓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욱 긴 이닝을 던졌을 것이다.

큰 의미 없는 경기서 힘을 빼고 싶은 선수는 없다. '중국전 선발'은 국제대회에 나가는 투수들에겐 피하고 싶은 간택이다. 다른 선발투수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의 입장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을 상대로 최소한의 힘을 쏟도록 해주는 선발 투수는 기록 이상의 힘이 된다.

송승준은 그런 중국전을 책임감 있게 막아냈다. 쿠바전도 마찬가지였다. 혹여라도 송승준의 투지와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면 일찌감치 무너져 버렸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한국 벤치는 적잖이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구위가 아주 빼어났던 것은 아니다. 단조로운 피칭내용과 흔들리는 제구는 믿음직 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팀을 위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책임감만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도 남았다.

송승준은 베이징 올림픽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러나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멋진 조연이었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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