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의 치명적 유혹①]성상납·접대 사라지지 않는 이유

  • 등록 2009-03-18 오후 12:35:51

    수정 2009-03-27 오후 6:32:37

▲ 성상납, 술자리 접대 등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긴 故 장자연 영정사진.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지난 7일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故) 장자연이 사망 전 지인에게 남긴 문건 내용이 공개되면서 연예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문건에 “모 감독이 골프 치러 오는데 술 및 골프 접대 요구를 받았다.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했고 상대방에게 잠자리까지 요구 받았다” 등의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예계에서 뜬소문처럼 떠돌던 여자 연예인의 ‘성상납’, ‘술자리 접대’ 등을 강요당한 신인 연기자가 이 같은 사실을 문서로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직 문건 내용의 진위여부도 가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라는 예단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왔고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야 하는 연예계를 향한 시선도 곱지 않아졌다. 화려함 뒤에 감춰졌던 추악함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건 내용이 공개되면서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연예계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말로만 들었던, 이제는 없어진 줄 알았던 성상납, 술자리 접대 등을 강요하는 일이 아직도 있나’라는 반응이 많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소속 연예인에게 성상납, 술자리 접대 등을 ‘강요’하는 것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영화, 드라마 제작 관계자와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다 소속 배우를 추천했을 때 한번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면 밤에 불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가 와도 인사를 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정도”라고 단언했다.

이어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접대, 성상납을 강요하겠나. 더구나 매니저에게 연예인은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의 상품에 흠집을 내는 것은 제대로 된 매니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성상납, 접대는 아직도 암암리에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이데일리SPN이 인터뷰한 K씨(28, 여)는 과거 연기자를 꿈꿨으나 은근슬쩍 호텔 방이나 술자리 접대에 밀어 넣으려고 하는 매니저 때문에 실망을 느껴 5년 전 꿈을 포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런 자리에 여자 연예인이 강요에 의해 나가게 되는 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요즘은 신인 여자 연예인, 연예인 지망생이 먼저 성상납, 접대, 뿐만 아니라 돈을 받는 조건으로 일종의 ‘계약 연애’를 하는 스폰서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신인들이 출연 등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가면 그런 자리라도 만들어달라고 하는 일도 있다. 일은 하지 않고 나이만 들어가는 게 초조해서인지 신인들이 ‘왜 그런 자리도 만들지 못하느냐’며 능력 없는 매니저로 몰아세우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스폰서를 찾는 것은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신인 및 연예인 지망생과 스폰서를 연결해 주는 브로커로 일한 경험이 있는 K씨(30, 남)는 “신인들은 뚜렷한 벌이가 없지만 연예인인 만큼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스폰서를 구하려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신인, 지망생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성상납과 접대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도 연예계의 부조리한 행태가 근절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고 장자연 문건에는 드라마 PD와 제작자, 대기업 임원, 신문사 간부 등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인 연예인에게는 이들이 권력자나 다름없다. 물론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권력을 쥔 자들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는 한 부조리한 행태 역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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