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스페셜①]영조와 정약용 재해석, 도화서...'이산'의 새로운 시도

  • 등록 2008-06-16 오후 12:30:20

    수정 2008-06-16 오후 12:31:57

▲ MBC 월화사극 '이산'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월화사극 ‘이산’이 9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6일 7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산’은 조선후기 개혁군주 정조 이산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로 영조 재위 때인 세손시절부터 재위 24년, 48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동안 조선후기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는 영,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KBS 2TV ‘한성별곡’과 케이블TV 채널CGV의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 등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의 방송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이산’이 3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역사에 대한 재해석의 시도와 새로운 소재의 발굴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 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영조' 역을 맡은 이순재


◇ 영조의 재해석...아들에 대한 죄책감

‘이산’이 극 초반 눈길을 끈 것은 무엇보다 이순재의 영조 연기였다.

영조는 근엄하고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임금에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였다는 점에서 매정한 아버지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영조는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데 대해 마음 한구석에 늘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됐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도세자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하고 이산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에도 지나칠 정도로 엄하게 대한 것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들에 대한 죄책감은 영조가 죽음을 앞두고 도화서 화원인 송연(한지민 분)을 불러 이미 죽은 지 오래인 사도세자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설명하며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그 그림을 어루만지며 저승에서 재회할 것을 약속하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 정약용의 재해석...익살맞은 캐릭터

‘목민심서’의 저자로 유명한 다산 정약용은 학자 겸 문신으로 정치, 과학, 의학, 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수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당연히 학자요 정치인으로 후대의 존경을 받는 인물인데 ‘이산’에서는 그를 천재지만 익살맞은 캐릭터로 묘사했다. 극중 정약용은 과거에 번번이 떨어지자 더 이상 급제에 미련을 갖지 않고 억울한 상황에 처한 백성들의 송사를 도맡아 줄 뿐 아니라 왕인 이산을 몰라보고 자신을 ‘영의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병훈 PD는 ‘이산’ 종방연에서 이런 정약용의 캐릭터 때문에 학계로부터 적잖은 문제제기를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정약용의 캐릭터 설정은 이병훈 PD가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인 것이다. 이병훈 PD는 “다방면에서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는 것은 정약용이 분명 천재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똑바른 사람은 여러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약용이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익살맞은 성격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 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도화서 화원 송연 역을 연기하는 한지민


◇ 도화서, 사극의 새 배경 도입

‘이산’의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는 국가의 각종 의식이나 행사, 초상화 등을 그리고 화원을 배출하는 도화서였다. 연출자 이병훈 PD는 ‘대장금’에서 궁중 음식을 담당하는 수라간과 내의원을 배경으로 삼는 새로운 시도를 하더니 ‘이산’에서는 도화서를 중요한 배경 중 하나로 삼았다.

‘이산’ 스토리의 굵은 줄기는 어디까지나 정치, 정쟁이었다. 세손시절 이산이 자신을 몰아내려는 세력들의 음모에 부닥치고 이들과 맞서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런 소재는 아무래도 딱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화서 내용이 조화를 이뤄 ‘이산’은 한층 부담 없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특히 여자 주인공 송연과 친한 이천 역에 개그맨 지상렬이 출연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속에서도 간간이 웃음을 선사했고 춘화를 그려 파는데 정신이 팔린 이천과 춘화계의 전설로 통하는 음담서생 역에 코믹연기의 달인인 임현식이 특별출연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 MBC 월화사극 '이산'에서 정순왕후 역을 맡은 김여진



◇ 정순왕후의 반정, 흥미는 더했지만 사실과 무관

지난 10일 방영된 ‘이산’ 76회에서 이산의 할머니인 정순왕후(김여진 분)가 반정을 꾀하다 의금부에 잡혀가는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정순왕후는 15세의 나이로 51세 연상인 영조와 결혼, 왕비가 된 인물로 드라마에서는 세손시절부터 이산을 몰아내려는 세력의 중심으로 묘사돼 왔다. 실제로 정순왕후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영조 말년에는 정권을 휘둘렀고 왕위에 오른 이산과도 갈등을 빚었다.

이산이 죽은 후 순조의 수렴청정을 하며 사도세자를 동정하던 세력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한 것만 봐도 그녀의 정치적 욕망, 이산과의 갈등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극중 정순왕후의 반정과 의금부에 잡혀가는 내용은 드라마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 역사적 사실은 아니라는 게 이병훈 PD의 설명이다. 이와 함게 이병훈 PD는 “임금 이야기는 자료도 많고 내용을 아는 사람도 너무 많아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사실적인 역사 묘사와 드라마적 재미를 위한 왜곡적 설정은 사극의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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