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회 아카데미상 3대 관전 포인트

  • 등록 2009-02-22 오전 11:49:00

    수정 2009-02-22 오후 5:09:50

▲ '제81회 아카데미상' 공식 포스터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제81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2일 오후 5시(미국 현지시각)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총 24개 부문의 오스카 트로피를 놓고 할리우드의 스타들과 유수의 작품들이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브란젤리나 커플, 남녀 주연상 수상할까?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세인들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소위 브란젤리나 커플의 남녀주연상 공동수상 여부다.
 
브래드 피트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를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안젤리나 졸리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체인질링’을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지금까지 커플이 아카데미 남녀주연상을 받은 경우는 전례가 없어 만약 둘이 받게 된다면 그 자체로도 아카데미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브래드 피트는 1996년 영화 '12몽키스'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었고 안젤리나 졸리는 2000년 '처음 만나는 자유'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커플의 공동수상은 호사가들의 바람(?)일뿐 실현가능성은 낮다. 브래드 피트는 ‘벤자민 버튼’에서 노인에서 10대까지의 연기를 펼쳤지만 아카데미 위원들은 가공의 인물보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밀크’에서 70년대 미국 동성애 인권운동가였던 하비 밀크를 연기한 숀 팬이 유력한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카데미는 ‘더 레슬러’에서 노회한 프로레슬러로 분한 80년대 할리우드 섹시아이콘 미키 루크의 손에 오스카를 안길 가능성도 높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퇴락한 배우로 불렸던 미키 루크는 ‘더 레슬러’를 통해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론 하워드 감독의 ‘프로스트vs닉슨’에서 닉슨 대통령 연기를 완벽하게 선보인 프랭크 란젤라도 아카데미가 선호할 요건을 갖췄다. 브래드 피트는 ‘더 비지터’의 리차드 젠킨슨에 비해서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미세스&미스터 스미스 '중 한 장면

안젤리나 졸리도 브래드 피트와 함께 아카데미상 레드카펫에 선다는 것에만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후보는 케이트 원슬렛과 메릴 스트립이 버티고 있어서다. 그 동안 여우주연상 후보에 세 번, 조연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케이트 윈슬렛은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더 리더’를 통해 5전6기에 나선다.

메릴 스트립도 존 패트릭 샌리 감독의 ‘다우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메릴 스트립은 이번 노미네이트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배우 기록을 경신했다. 메릴 스트립은 지난 2007년까지 총 14회에 걸쳐 여우주연상과 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1980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1983년 ‘소피의 선택’으로 각각 조연상과 주연상을 수상했다. 조나단 드미 감독의 ‘레이첼, 결혼하다’로 후보에 오른 앤 해서웨이는 아카데미 이변의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다. 코트니 헌트 감독의 ‘프로즌 리버’로 후보에 이름을 올린 멜리사 리오만이 안젤리나 졸리의 경쟁자로서는 약하다는 평가다.

◇13개 부문 ‘벤자민 버튼'vs10개 부문 '슬램도그 밀리어내어', 다관왕 승자는?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화제작은 작품상과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등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벤자민 버튼’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이례적으로 12세 등급에 맞춰 연출한 ‘벤자민 버튼’이 올해 아카데미에서 얼마나 많은 트로피를 가지고 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81회 아카데미상 수상식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지금까지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작품은 공교롭게도 ‘벤자민 버튼’과 닮은 꼴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포레스트 검프’다. ‘포레스트 검프’는 지난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포함 총 6개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당시 각색상을 받은 에릭 로스가 ‘벤자민 버튼’을 통해 또 한번 각색상 후보에 올라와 있는 상태다.

‘벤자민 버튼’과 다관왕 경쟁을 벌일 영화는 데니 보일 감독의 ‘슬램도그 밀리어내어’다. ‘슬램도그 밀리어내어’는 배우 부문에서는 후보를 내지 못했지만 작품상, 감독상, 감독상, 각색상 등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슬램도그 밀리어내어’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휩쓸며 ‘벤자민 버튼’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와 있다.

반면 지난해 북미 최고 흥행작이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고 평가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작품의 명성과 평가와 달리 작품상과 감독상, 각색상 등 주요 부문에서 탈락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저 조커 역을 맡은 고 히스 레저의 남우조연상 수상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만약 히스 레저가 남우조연상을 받는다면 1978년 ‘네트워크’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피터 핀치에 이은 두 번째 사후 수상이다.

◇아카데미상 변화, 올해도 지속되나

아카데미상은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카데미 회원 6000여명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된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줄곧 대작과 시대극, 실존 인물을 극화한 영화에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래서 국제적인 명성에 비해 칸국제영화제나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보다 보수적인 색채와 미국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상은 소수자를 다룬 영화나 인디계열의 비주류, 소규모 작품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코엔 형제가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게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4개 부문에 상을 준 것과 아일랜드 독립영화 ‘원스’에 주제가상을 안긴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2006년에는 동성애 커플의 사랑을 다룬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에게 감독상을, 미국의 인종문제를 다룬 '크래쉬'에 작품상을 안긴 것도 아카데미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증표라 할 수 있다.
▲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 역을 맡은 故 히스 레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할리우드에서 만들 수 있는 블록버스터의 최고점을 보여준 ‘다크 나이트’를 주요 부문에서 제외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빈자리를 인도 빈민가 출신 소년의 성공기를 담은 ‘슬램도그 밀리어내어’와 동성애 정치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밀크’가 대신했다.

따라서 올해 아카데미상의 지속적인 변화 여부의 잣대는 13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벤자민 버튼’의 수상 여부에 따라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기준에 비추어 봤을 때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작 중에서 가장 아카데미적인 영화로 불리는 작품이 바로 ‘벤자민 버튼’이기 때문이다.

만약 ‘벤자민 버튼’이 올해 아카데미에서 주요부문을 휩쓸며 다관왕 자리에 오른다면 ‘슬램도그 밀리어내어’와 ‘밀크’ 등은 그저 들러리였다는 소리와 함께 아카데미상은 다시 ‘과거’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당연히 변화하는 아카데미의 현재를 증명하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는 호주 출신 배우 휴 잭맨이 진행하며 미국 ABC를 통해 생중계 된다. 올해 역시(?) 외국어 영화상 1차 후보에도 통과하지 못한 한국영화계는 아카데미상 방송 도중 흘러나올 현대자동차 CF를 보면서 내년을 기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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