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이민호 안영미 최철호...불황에 강하다! '슬로 스타터'

  • 등록 2009-05-25 오후 2:40:04

    수정 2009-05-25 오후 4:50:07

▲ 배우 이민호 개그우먼 안영미 배우 최철호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운동 선수 중엔 유독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들이 있다. 야구 선수의 경우 봄 시즌에 부진했다가 더운 여름철이 되면 힘을 내는 롯데의 손민한 선수가 그렇고, 농구나 축구의 경우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더욱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하는 마이클 조던이나 호나우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이런 선수들을 가리켜 시동(스타터)이 늦게 걸린다고 해서 ‘슬로 스타터’라 부른다.

‘슬로 스타터’는 대부분 팀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승리에도 결정적인 키 맨으로 자리해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출발이 늦다는 의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고 있다.

최근 불황이 장기화되며 연예계에도 이와같은 슬로 스타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짝 스타가 사라지는 대신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숙성된 슬로 스타터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슬로 스타터들은 역경과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성장의 계기로 삼는 특징이 있다.

올해 최고의 블루칩으로 부상한 이민호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민호는 반짝스타를 넘어 벼락스타로 불린다. 하지만 이민호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이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데뷔 6년 만에 스타덤에 올랐고,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남모를 아픔도 적지 않았던 그다. 어렵게 오디션을 통과한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는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 종영되는 비극을 맞았고, 비중 있는 배역을 난생 처음으로 따낸 ‘비밀의 교정’ 출연 직후엔 대형 교통사고로 7개월간 병상생활을 한 가슴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이후에도 각종 오디션에 낙방하는 등 불운은 계속됐다. 수백 번의 오디션 끝에 그에게 돌아온 역할은 문근영이 출연한 음료 광고에 조연으로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집념과 오기로 지금의 위치에 섰다. 교통사고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좌절감을 곱씹기보다 더 좋은 기회는 또 다시 온다는 희망의 끈에 더 집착했다. 6개월간 3차례에 걸친 오디션을 묵묵히 견뎌내며 ‘구준표’라는 행운의 캐릭터를 꿰찰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다.

‘골룸’ 연기로 각광받는 개그우먼 안영미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슬로 스타터 중 한 명이다.

안영미는 2004년 KBS 공채 19기로 데뷔해 최근 ‘개그콘서트-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끌기까지 오랜기간 일감이 없어 빈둥대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매주 내는 수십 개의 아이디어는 번번이 사장되기 일쑤였고, 중간에 뜨는가 싶으면 얼마 못 가 이내 또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이후 개그프로그램이 아닌 버라이어티쇼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의 찬스걸 등을 전전하던 안영미는 특유의 뚝심으로 동기 강유미와 의기투합해 지금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그녀는 힘이 들 때면 포기를 생각하기 앞서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후문이다.

그런가하면 조연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최철호도 요즘 데뷔 20년 만에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능청스런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최철호는 동시에 그 여세를 몰아 KBS2TV 사극 '천추태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경종 역으로 시청자들에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999년 영화 ‘삼양동 정육점’에 주연으로 발탁된 후 10년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뒤늦게 조연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이처럼 슬로 스타터들의 잇따른 두각은 다른 스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제작비 절감을 추구하는 제작사들도 이 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와 영화들을 살펴보면 스타의 이름값 보단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배우들의 연기력에 중점을 둔 경우가 더 많다.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연기파 배우들의 캐스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은 연예계 전반에 걸쳐 고난의 시기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준비한 사람들에겐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면서 “슬로 스타터의 증가는 저예산 고품격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OBS경인TV '독특한 연예뉴스', '윤피디의 더 인터뷰'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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