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눈물의 특강'...'차별의 벽' 극복한 힘은 '오기'와 '자신감'

  • 등록 2007-12-06 오전 10:05:53

    수정 2007-12-06 오후 3:37:38

▲ 인순이(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 내 메리홀. 4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일제히 숨을 죽인 채 중졸 학력 강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사는 강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때론 크게 웃으며 분위기를 돋울 줄도 알았다. 2시간여의 강연은 강사의 진실 어린 노래로 끝을 맺었다.  

'거위의 꿈'... “그래요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라는 가사는 강사 본인의 삶이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자 강연에 참석했던 대학총장과 교직원,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로 강사의 굴곡진, 그래서 더욱 의미가 각별했던 인생을 응원했다. 강사는 다시 한번 눈물을 보이며 특유의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 학력 위조범(?) 인순이, 대학 강단에 서다

가수 인순이가 지난 5일 대학 강단에 섰다. 이날 인순이는 대학생들 앞에서 '거위의 꿈-우리는 누구나 꿈꾸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약 2시간 동안 특별강연을 펼쳤다. 서강대학교 교목처에서 성탄절을 맞아 마련한 이번 강연에서 인순이는 고졸로 위조한 학력이 탄로 났을 때의 심경을 비롯해 혼혈인으로 겪어야 했던 어린시절의 고생담, 그리고 가수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변으로 털어놨다.

인순이는 지난 9월 중졸이었던 자신의 학력이 탄로 났을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인순이는 처음 그 사실이 밝혀졌을 때 “나만은 비껴갔으면 했던 일이지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며 “기사가 나간다는 연락을 받고 제발 동정 받지 않도록, 나를 불쌍하게 묘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언론에 의해 고등학교 졸업사실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어느 누구도 인순이를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에겐 격려가 더 많이 쏟아졌다. 30년전 매니저가 시켜서 했던 일인 데다 혼혈로 태어나 우리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온 인순이에 대한 대중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순이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나에겐 그 밖에도 거짓으로 포장된 삶이 많다"며 "나중에 그것들을 모아 책으로 낼까도 생각 중"이라고 향후 자서전 집필에 대한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 혼혈 편견 극복 못해 열아홉 나이에 미국으로 시집간 여동생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인순이는 "혼혈로 인해 아직도 근본적인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인순이는 “어렸을 적에는 혼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 나오니 혼혈인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았다”며 “지금도 혼혈인들은 일반기업에 취직이 잘 안되는 것처럼 당시에도 혼혈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그닥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인순이의 여동생은 그런 편견을 이겨내지 못하고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미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을 떴다. 하지만 인순이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티며 여기까지 왔다"며 “운명이라면 따라가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앞질러서 간 것 같다. 시련이 닥칠 때마다 ‘부딪쳐 보자’고 다짐하면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대학생들 앞에서 강연중인 인순이(사진=김용운 기자)



◇ 박진영의 권유로 시작된 '제 2의 가수인생'  

1978년 희자매로 데뷔한 인순이는 90년대 들어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인순이에게 기회를 주고 가수로서 다시 자리를 잡게 해준 무대가 바로 KBS '열린음악회'였다. 다양한 무대 경험은 인순이를 '열린음악회' 무대에서 다른 가수들보다 훨씬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인순이는 이후 가수로서 안정적인 길을 걷기 위해 소위 트로트라고 불리는 성인가요에 집중하려 했지만 어딘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이와같은 혼란기에 음악적 방향을 잡아준 후배가 바로 박진영이었다.

인순이는 “박진영이 어느 날 소울이라는 장르가 있는데 선배는 그 쪽에도 능력과 소질이 있다고 권유해 흑인음악의 주류인 소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탄생한 노래가 바로 ‘또’였다.
 
그런 와중에 카니발의 ‘거위의 꿈’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인순이는 “노래를 작곡한 김동률과 작사를 한 이적이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이었기에 이처럼 내 처지와 똑 같은 노래를 만들었는지 깜짝 놀랐다”며 “결국 이 노래로 원더걸스를 누르고 가요프로그램 1위도 해볼 수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젊은이들이여~ 꿈을 가지고 인생을 개척하라"   

인순이가 이날 학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강조한 것은 젊음의 고민을 너무 무겁게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순이는 “딸아이도 훗날 혼혈로 인해 마음고생을 할 걸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없다”며 이처럼 근본적인 고민이 아닌 이상 다른 문제들로 인해 좌절하지 말고 꿈을 가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인순이는 후배들에게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꿈을 이뤘고 성공했다”며 자신감과 오기를 가지고 문제들에 도전하기를 부탁했다.

인순이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즉석에서 히트곡 ‘거위의 꿈’을 불러 강연을 마무리했다. 수화를 곁들인 ‘거위의 꿈’ 열창에 객석을 가득 메운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강연을 모두 마친 인순이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살아갈 인생이 더 많은 후배들에게, 어려웠던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격려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은 “무대에서 열정적이고 밝은 모습만 비춰온 인순이씨에게 이렇게 어려운 과거가 있을 줄 몰랐다. 오히려 더 대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맨 앞줄에 앉아 기립박수를 친 손병두 서강대학교 총장은 “혼혈로 태어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인순이씨의 진솔한 모습이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심어준 것 같아 대단히 만족스럽다”며 인순이의 특강에 흡족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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