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이 만난 사람③]이서진, "엄친아라구요? 사람들이 욕해요"

  • 등록 2009-07-29 오전 7:50:59

    수정 2009-07-30 오전 11:53:17

▲ 이서진(사진=김정욱기자)

[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 직접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다. 일반적으로는 차분하고 기품있는 이미지로 알려졌는데 실제는 어떤가?

▲사실 고급스런 이미지는 아니다. 주변에서 그렇게 만들어줘서 그렇지. 성격은 기본적으로 밝은 편에 장난이 특히 심하다. '이산'의 이병훈 감독께서 최근 출간한 책에 나를 완전 장난꾸러기라고 묘사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산' 찍으면서도 (한)지민이, (박)은혜 괴롭히며 놀리는 게 일이었다. 심지어 견미리 선배한테까지도. 난 촬영장에 가면 재미있는 게 좋다. 일을 위해 모이긴 했어도 즐겁게 하면 좋지 않나. 욱 하는 성격도 있다. 하지만 뒤끝은 없다.

- 미국 뉴욕 대학을 졸업, 금융인 집안 자제 등 이서진 하면 '원조 엄친아'라는 기억도 강하다. 엄친아로 불릴 때 기분이 어떠한가.

▲(웃음) 쑥스럽다. '엄마친구 아들' 소리, 고등학생들이나 듣는 거 아닌가. 남들이 들으면 욕한다.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엄친아가 말이 되는가. 내 나이 친구들은 애가 있어도 몇이나 있을 나이에 말이다.

- 이서진씨 주변 의외의 인맥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홍콩에서 귀국 후 1월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플라시도 도밍고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는데.

▲사람을 폭넓게 사귀는 편은 못된다. 하지만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 사람이다 싶으면 깊게 또 오래 만나는 게 특징이다. 정 위원님과도 인연이 꽤 오래됐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이었는데 서울의 한 사우나에서 처음 뵀다. 재미있는 인연 아닌가. 샤워 후 단 둘이 옷을 갈아 입는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게 시작이었다. 그 분은 내가 배우인지도 몰랐다고 하더라. 소문에 듣자하니 그 분이 평소 그렇게 무섭다는데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아버지처럼 자상했다. 먼저 '산에 가자'시며 등산 모임에 날 초대해주셨고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5년 아버지를 여의며 그 분의 고마움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아산병원에 입원 당시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정 위원께서 손수 다 직접 챙겨주셨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인생에 또 다른 아버지를 얻은 느낌이다.

- 복귀가 임박했다. 그런데 몇달새 왜 이렇게 야위었나.

▲'이산' 때와 비교하면 한 7kg 정도 빠진 것 같다. 남들은 작품 때문에 뺀 줄 아는데 쉬면서 밀린 운동을 좀 많이 했다. 캐릭터 때문에 살을 뺄 필요도 있었는데 잘됐지 뭔가.

-차기작을 결정함에 있어 어느 때보다 신중했을 것 같다. 복귀 시기를 지금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쉬어본 기억도 없다. 특별히 끌리는 작품이 없다보니 공백기가 길어졌다. 이번 작품도 사실이 지난 겨울 기획 단계에서부터 얘기가 있었다. 연출을 맡은 김상호 PD가 둘도 없는 친구다. 1999년 주말연속극 '그대를 알고부터' 출연 당시 조연출과 배우로 만나 10년째 우정을 잇고 있다. 친구로 작품에 대한 조언을 하다가 출연까지 결정하게 됐다.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 연기생활 10년에 본격적인 호러물은 처음이지 싶다. 영화 '공포택시'로 호러를 살짝 경험해보긴 했지만 말이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 '공포택시'의 공포는 잊은 건가.

▲'공포택시'는 코믹호러로 코믹에 더 가깝지 않았나. 이번에도 본격 호러라곤 할 수 없다. '혼'은 호러에 스릴러가 가미된 작품이다. 여자주인공 임주은은 호러를, 나는 스릴러를 연기하게 된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 극중에서 범죄심리학자 신류 역을 맡았다. 캐릭터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선을 추구하는 인물인데 절대 악을 응징하기 위해 악을 이용하다 악으로 빠져드는 인물이다. 단순한 성격의 캐릭터엔 도통 재미를 못 느끼는 편이다. 이번에도 선과 악을 오가는 역할의 이중성에 끌렸다. 영화 '핸콕'의 주인공이 슈퍼히어로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감옥에 가는 것처럼 모호한 경계를 오가는 작품과 캐릭터가 좋다.

- 원래 그렇게 모험을 즐기는 편인가.

▲그렇다. 내 성격 자체가 밝고 차분하니 실제 모습과는 다른 역할에 끌린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 기회를 얻는 것, 배우의 가장 큰 특권이 아니던가. 직업이 성공한 CEO고 왕이어도 내면에는 아픔이 있고 어두운 면이 있는 역할들을 주로 맡아왔다. 난 앞으로도 유사 캐릭터는 피해갈 거다.

- 촬영이 6월초 시작됐는데 두 달간 4회분 촬영을 다 못 끝낸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여자 주인공 임주은씨는 촬영 도중 두 차례나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촬영이 많이 고된 편인가.

▲날씨에 영향을 받는 신이 많다 보니 좀 더딘 건 사실이다. 어떤 날은 단 한 신 촬영에 하루를 꼬박 다 쓴 적도 있다. 힘들지만 새로운 작업이 재미있다. 연출이 친구지만 이번에 작품을 함께하며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됐다. 처음엔 사실 걱정도 됐다. 그런데 이젠 안심의 단계를 거쳐 기대까지 된다. 연출도, 나도, 우정에 금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주은이는 첫 작품에 몸 연기가 많은 편이라 사실 좀 힘들 거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주은이를 만나면 최대한 긴장을 풀어주려고 애쓴다.

- 8월5일 첫 방송하면 '태양을 삼켜라', '아가씨를 부탁해'와 겨루게 된다. 솔직히 시청률 얼마나 기대하나.

▲'혼'은 장르 드라마라 대중적이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니아가 생길 거라는 거다. 그런 면에선 '다모'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배우로 10년째다. 지나온 길을 평가한다면.

▲작품운이 좋았다. 하지만 영화로는 3편 줄줄이 실패도 해봤으니 모든 게 좋았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실패도 해보고 아픔도 느껴봐야 발전이 있지 않겠나. 기대했던 '무영검'의 실패 이후 깨달은 바가 많다. '다모' '불새'로 인기를 끌다 '무영검'이 잘 안되고 나니 기사가 현격이 줄더라. '무영검' 이후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게 됐다. 30대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삶에 대한 조급함이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없어졌다. 지금은 나이가 드는 것도 겸허히 받아들여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배우로 목표는 무엇인가.

▲특별히 정한 목표는 없다. 지난 해 '이산' 끝나고 '혼'을 하게 될지 어느 누가 알았겠나. 깡패도 했고, 왕에 CEO, 무사 역할도 해봤다. '이젠 또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까' 했는데 범죄심리학자라는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것처럼 그렇게 물 흘러가듯 배우의 삶을 매순간 즐기며 살지 싶다.

-그렇다면 인간 이서진의 인생계획은 어떤가.  

▲배우의 직업을 갖고 있으나 그 외의 생활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 보여지는 삶을 살지만 내면이 알찬 삶을 꿈꾼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세상이 내 진심을 알아봐주고 인정해줄 날 오지 않겠나. 

◇ 이서진 프로필

생년월일: 1971년 1월 30일
가족 : 어머니· 2남 1녀 중 차남
학력: 뉴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데뷔 : 1999년 SBS 드라마 스페셜 '파도위의 집'
주요작품: 드라마 '왕초', '그여자네 집' '별을 쏘다' '다모' '불새' '연인' '이산' 등 다수
수상내역: 2007년 MBC 연기대상 남자 최우수상, 2006년 SBS 연기대상 10대 스타상·최우수 인기상, 2004년 MBC 연기대상 남자 우수상·네티즌 선정 베스트커플상('다모' 하지원), 2001년 MBC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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