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내가 왜 방자지? 방자(?)한 생각도···"(인터뷰①)

  • 등록 2010-06-07 오전 8:08:12

    수정 2010-06-07 오후 6:44:23

▲ 김주혁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생애 첫 사극, 그것도 몽룡이 아닌 방자?`

뜻밖의 선택에 솔직히 웃음부터 났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방자전`의 김주혁(39) 얘기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김주혁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 해 보였다. 질문에 툭툭 끊어가며 받아치는 특유의 까칠함은 여전했지만 이야기는 유쾌했다.

사극에 처음 출연한 소감을 물으니 "하인이어서 편했어요"라며 익살스런 웃음부터 짓는다. 그도 처음에는 `내가 왜 방자지?`라는 방자(?)한 의문을 가졌었다고 했다. `태생이 잘난 탓에 의례 난 도령이어야 해`했던 건 아니다. 처음 받아든 캐릭터가 그만큼 낯설고 생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뜻밖에 단순하고 명료했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김주혁은 "우리가 알던 `춘향전`이 전혀 다르게 해석됐고, 그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고 작품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 `달콤남` 벗고 `짐승남`으로 환골탈태  

김주혁의 새 영화 `방자전`은 춘향이 진짜 사랑한 사람은 몽룡이 아닌 방자였으며, 춘향은 타고난 미모를 무기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전략가 등과 같은 고전소설 '춘향전'의 모든 설정과 캐릭터, 스토리를 뒤집는 발칙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극 중 김주혁은 양반인 몽룡의 여인 춘향을 사랑하게 되는 몸종 방자 역을 맡았다. 캐릭터의 변화가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이전까지 배우 김주혁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섹시한 로맨티스트'였다. 영화 '싱글즈' '광식이 동생 광태' '아내가 결혼했다' 그리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까지. 사랑 앞에 한없이 순정적이고 약한 모습이던 그가 '짐승남'으로 거듭난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 했다. 게다가 에로틱 사극을 표방한 영화인만큼 노출 수위도 상당하다.

김주혁은 "지금까지 알던 '춘향전'의 방자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어서 초반 캐릭터를 잡는 일이 무엇보다 힘들었다"며 "'방자전'이라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출발하니 해답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캐릭터는 결국 내 안에서 찾게 돼 있다"며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낯을 가리고, 다분히 무뚝뚝하고, 내 처지를 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등 실제 내 성격에서 비슷한 부분을 꺼내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강도 높은 노출에 대해서는 "베드신에서 남자 배우에 눈길 주는 것 보았느냐?"고 눙치며 "여배우를 배려해 최대한 NG 안 내고 한 번에 가려고 노력했다"고 배우로서 결코 요란 떨 일이 아니라는 듯 말하기도 했다.
 
▲ 김주혁

 
◇ 창이 얼굴 옆으로 '아찔'···"악역 전문 배우될 뻔"

촬영장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좋았다. 특히 작품에서 각각 '몽룡'과 '향단'으로 분한 류승범·류현경, 류씨 성을 가진 두 배우의 입담에 촬영장엔 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저도 일단 친해지면 말부터 많아지는 편인데 그 두 사람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히 지냈어요. 어찌나 까불까불 말들이 많든지요. 끼어들 새가 있어야지요. 저랑 (조)여정이는 촬영장에서 늘 빙긋이 웃고만 있었네요. 여정이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알고 보니 동국대 8살 후배더라고요. 이마가 예뻐서 그런지 한복이 참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나요."

김주혁은 촬영 중 있었던 아찔한 경험도 전했다. 대궐 앞 포졸들이 세워놓은 3m 높이의 긴 창 중 하나가 넘어지며 그의 볼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것.

김주혁은 "그 순간 고개를 돌려 살았다"며 "감독은 얼굴이 하애져서는 미안해서 난리고···"라며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당시를 이야기했다. 계곡에서 춘향이를 구하는 신에서는 한겨울 수심 6m 계곡에 스턴트맨 없이 직접 몸을 던진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영화의 흥행을 어느 정도 예감한 걸까. 불평불만을 하기보단 "그때 잘못됐으면 악역 전문 배우 됐겠죠"라며 예의 그다운 호탕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작고하신 아버지(김무생)의 뒤를 이어 배우의 길에 접어든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내년이면 적잖은 배우들이 배역의 한계에 혼란을 겪는 마흔이다. 하지만 김주혁은 "나이듦에 대한 불안은 없다"며 "앞으로의 10년은 무엇보다 지난 10년간 부족했던 내실을 쌓는 일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배우로의 인생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인터뷰를 갈음했다. 

그의 노력과 변신이 담긴 새 영화 '방자전'은 지난 2일 개봉 첫날에만 1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4일 만에 8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거침없는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권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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