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만난 사람들]"박수부터 보내달라" 심형래 감독

  • 등록 2007-09-23 오후 12:46:06

    수정 2007-09-24 오전 10:31:40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결국 해냈더군요. 그의 도전과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최근 한 영화 제작사 프로듀서가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밝힌 심형래 감독의 새 영화 `디 워(Dragon Wars)`에 대한 소회였다.

심 감독과 절친하다고 밝힌 그는 입버릇처럼 `헐리우드에 진출해 보겠다`고 말하던 심 감독이 결국 꿈을 이뤄냈다며 그의 도전과 의지에 감복했다고 썼다.

`디 워`는 지난 주 미국에서 개봉한 외국 영화 사상 최대 수준인 2275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21일(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심 감독은 "한국 영화가 하와이부터 알래스카까지 미국 50개주 60개 도시에서 개봉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사실 현지에서의 `디 워`에 대한 비평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다. `스토리텔링이 엉망이다` `이 정도 그래픽 수준의 영화는 헐리우드에도 충분히 많다` `한국은 풍부한 미적 감수성과 풍요로운 영화 언어를 지닌 나라인데 왜 `디 워`라는 끔찍한 영화를 세계 시장에 내놔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가`..

심 감독이 의미를 부여한 흥행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스크린을 많이 확보했지만, 스크린 당 관객수가 저조한 편이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오고 있다.(`디 워`는 14일 개봉 이래 19일까지 전미 2275개 스크린에서 585만10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박스오피스 `모조` 집계 순위 8위다. 1주차 개봉 영화 중에서는 `더 브레이브 원`, `미스터 우드콕`에 이어 3위다.)



심 감독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리뷰가 많았지만 뉴욕타임즈(NYT)의 한 기자는 `플롯이 없어도 드래곤이 있잖아`라며 `재미없이 볼 수 없는 영화(It's impossible not to be entertained)`라고 평가해줬다"며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박수부터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헐리우드에 와서 보니까 유태인들은 무서울 정도로 뭉치더라"며 "좋은 말만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항상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흥행에 대해서는 "`디 워`는 이례적으로 개봉 2주차에 스크린수가 2개 늘었다"며 "개봉한 지 엿새 된 영화의 흥행 여부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심 감독은 "`디 워`와 종종 비교되는 `괴물`은 3개월간 스크린에 걸렸다"며 "흥행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2차 판권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심 감독은 "미국은 유료 TV와 비디오, DVD 등 2차 판권 시장 규모가 극장 시장의 2.5배에 이른다"며 `디 워`가 2차 판권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아울러 "인디 영화가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쟁쟁한 배급사를 확보한 영화들이 `디 워` 흥행 순위 아래에 줄줄이 포진해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했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심 감독은 "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내가 낯선 땅에서 영화를 찍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촬영 장소, 필름 규격 등 맞춰야 될 생각지도 않은 규제가 많았습니다. 길거리 가게의 간판을 찍는데 대한 800페이지 짜리 규정을 내놓는데는 혀를 내둘렀죠. 배우, 스탭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특히 런닝 타임을 맞추느라 3~4년 걸려 만든 미니어쳐를 찍은 장면을 대폭 잘라낼 때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심 감독은 이런 고생들이 모두 앞으로 찍을 영화들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다시 들뜨기 시작했다.

"24일 일본에 가서 일본 개봉 준비를 합니다. 일본 영화 시장은 우리나라의 8~10배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에도 기대가 큽니다. 유럽 개봉을 위해 소니와도 협의에 들어갔습니다. `디 워` 홍보가 많이 됐기 때문에 2편은 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소니의 의견입니다"

`디 워2`는 정면승부를 해보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외국 기자 시사회를 왜 안했냐"는 질문에 "사실 비평이 두려웠다"고 시인한 심 감독은 "`디 워2`는 영화 성수기인 방학때 선보여 쟁쟁한 헐리우드 작품들과 진검승부를 벌여보고 싶다"고 말했다.

4편 정도의 다른 작품들도 준비 중이다. 코미디언이기도 한 심 감독은 차기작으로 `미스터 빈` 같은 슬랩스틱 코미디 `라스트 갓 파더`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정극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아이들에게 `디 워`를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심 감독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디 워`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선물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미국에서 머물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결정만 되면 흔쾌히 응할 것"이라며 "다만 김정일 위원장이 혼자 보지 말고 어린이들과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심 감독의 오랜 꿈과 의지가 있었기에 2007년 가을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시장으로 성큼 나아갔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이번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그의 말처럼 비평은 냉철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더 큰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그의 의지에 박수를, 앞으로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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