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색,계’ 2색 마력...극장가 비수기 저주를 풀다

  • 등록 2007-11-29 오후 3:45:50

    수정 2007-11-29 오후 3:51:20

▲ '식객'과 '색,계'의 포스터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영화 ‘식객’과 ‘색,계’가 11월 비수기라는 한국 극장가의 저주를 깨고 흥행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영화계에서 11월은 극심한 비수기로 통한다. 해마다 11월 개봉한 영화들은 줄줄이 흥행의 쓴맛을 맛봐야 했고, 이에 11월은 많은 영화인들에게 '개봉작들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두 편이 탄생되며 활황을 이었던 지난해에도 11월만큼은 뚜렷한 흥행작 없이 조용히 지났다.

문근영 주연의 ‘사랑 따윈 필요없어’를 필두로 ‘열혈남아’, ‘잔혹한 출근’, ‘그해 여름’, ‘해바라기’ 등의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 지난해 11월. 다른 달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은 라인업을 과시했지만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해바라기’ 단 한 편 밖에 없었다. 외화는 한국영화보다 더욱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개봉 즉시 간판을 내리는 영화가 속출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영화 ‘식객’과 외화인 ‘색,계’가 각각 29일 현재 260만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11월은 흥행작이 나오기 어렵다'는 충무로의 통설을 깨고 나서 눈길을 끈다.  

◇ '식객' 비수기 개봉 오히려 전화위복

지난 11월1일 개봉한 한국영화 ‘식객’(감독 전윤수, 제작 쇼이스트)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그러나 제작 단계에서 투자사가 바뀌는 등 내홍을 겪었다. 톱스타가 캐스팅 되지 않아 흥행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완성됐지만 ‘식객’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애초 올해 추석시즌을 겨냥해 만들어졌지만 다른 작품들에 밀려 추석 극장가에 간판을 올리지 못한 것.

▲ 식객(사진=쇼이스트)

‘식객’의 투자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추석 시즌에 개봉하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개봉이 11월로 늦춰졌다”며 “그동안 11월에 뚜렷하게 흥행한 작품이 없어 걱정했지만 오히려 추석시즌에 비해 경쟁작이 없어 초반 기선을 잡기가 용이했다”고 흥행 비결을 말했다.

단순히 경쟁작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가 흥행하지는 않는다. 12세 관람가의 ‘식객’은 허영만 원작의 방대한 에피소드를 성찬과 오봉주의 대결구도로 간결하게 만들고 온 가족이 봐도 얼굴 화끈거릴 일이 없는 무공해 영화를 표방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식객’을 홍보하고 있는 영화사 하늘 측은 “솔직히 기자시사회 때 기대보다 반응이 낮아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일반 시사회 때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흥행을 자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찬 역의 김강우와 진수 역의 이하나, 봉주 역의 임원희 등 영화의 캐릭터와 밀착된 배우들의 연기도 ‘식객’의 맛을 더했다. 특히 진수 역을 맡은 이하나의 연기는 만화 속 진수와 거의 흡사해 원작을 접한 독자들의 아낌없는 찬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 ‘색,계’ 늦가을 중년들의 마음을 훔치다

‘식객’의 흥행과 더불어 11월 극장가에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바로 ‘색, 계’(감독 이안, 수입 마스엔터테인먼트)의 흥행이다. ‘색, 계’는 세계적인 거장 이안 감독의 신작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영화제 수상작들은 국내 개봉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설사 운이 좋아 개봉했다 하더라도 흥행에선 재미를 못본 채 쓸쓸히 막을 내려야 했다. 과거처럼 영화제 수상작이란 후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계’는 생애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하는 양조위의 고뇌어린 눈빛과 신예 탕웨이의 전라 연기를 불사한 열정이 시너지를 일으켰다. 두 남녀 배우의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 화제가 되며 늦가을 중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결국 입소문을 탄 ‘색,계’는 11월 개봉작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개봉 20여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근래 영화제 수상작 중 가장 좋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35만명 수준의 국내 흥행 성적을 기록했음 감안할 때 괄목할만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 색,계(사진=마스엔터테인먼트)



‘색,계’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올댓시네마 측은 “개봉 전 70만 관객정도를 최종 스코어로 생각했다”며 “현재 흥행추세로 봤을 때 120만에서 150만 관객동원도 가능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점쳤다.
 
‘색,계’의 흥행요인에 대해 올뎃시네마 측은 “11월이 비수기라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다”며 “영화 자체의 작품성도 좋지만 늦가을의 정서를 느끼고 싶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개봉 초반 입소문을 내 주신 것이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 ‘식객’과 ‘색,계’의 성공이 우리 영화계에 던지는 과제

‘영화의 흥행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게 영화계의 정설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두 영화는 블록버스터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가 아니다. 때문에 홍보예산도 넉넉치 못했다. 게다가 전통적인 비수기에 개봉한 영화들이다.
 
때문에 ‘식객’과 ‘색, 계’의 흥행을 점친 영화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 영화는 관계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11월 극장가 비수기의 저주를 깨고 보란듯이 흥행을 일궜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성공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  

‘식객’은 성적인 코드가 가미된 화장실 유머나 폭력적인 쾌감을 바라는 관객들보다 깨끗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바라는 관객들의 요구에 충실했다.
 
‘색, 계’는 이안 감독의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연출력에 영화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두 배우 양조위와 탕웨이의 혼이 실린 연기가 영화 마니아와 중년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무엇보다 '식객'과 '색,계'는 영화 안팎의 물량공세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 자체의 힘으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식객'과 '색,계'의 흥행을 두고 마케팅과 홍보의 승리라고 칭하는 영화 전문가들은 드물다. 순전히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 입어 두 영화는 알찬 결실을 일궈냈다.
 
침체된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식객'과 '색,계'의 흥행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관객이 가장 적다는 11월에 개봉했고, 톱스타가 출연하지도 않았다. 여타 흥행작처럼 사회적 이슈와도 무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식객'과 '색,계'는 타성에 젖어있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흥행모델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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