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③]안재환 사건...'선정적 보도' 보다 더 큰 문제는 '오보'

  • 등록 2008-09-16 오전 10:22:27

    수정 2008-09-16 오전 10:42:22

▲ 우연치 않게 故 안재환의 시신 발견 당시를 촬영했으나 유가족의 상처를 우려해 뒤늦게 방송 계획을 철회한 KBS2TV 'VJ특공대'.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얼마전 KBS 2TV 'VJ특공대'는 우연치 않게 故 안재환의 시신 발견 당시를 촬영했으나 뒤늦게 유가족의 상처를 우려해 결국 방송을 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선택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었지만 고인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 프로그램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안재환의 죽음이후 언론의 선정적 보도는 적잖은 혼란과 논란을 가중시켰다.

미디어 비평매체 미디어스는 최근 "각종 매체들이 안재환씨의 죽음에 대해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 한국기자협회, 한국자살예방협회 등이 마련한 자살보도를 위해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준은 △자살자의 이름·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 경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을 것(인물이 공공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는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경우만 보도)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말 것 △흥미유발이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다루지 말 것 등을 내용으로 한다.

솔직히 이 권고기준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궂은 일이라 자제를 하던 매체들도 경쟁을 하다보면 권고기준을 간과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선정적 보도보다 더욱 큰 문제는 사망사건이란 큰 문제를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단순히 화제를 낳거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오보를 일삼는 행태다. 사회적 이슈와 관심사를 반영해 보도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안씨의 죽음을 이해하는 데 별로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까지 기사화해 선정적 제목과 함께 보도하는 행태는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

특히 안재환의 사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인터뷰나 고인의 명복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미확인 사실을 보도하는 건 적잖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확대 재생산하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1일 故안재환 부친 안병관씨 기자회견에서 더욱 심했다. 안재환의 부친은 이 인터뷰에서 사채의 폐해성을 문제삼고 안재환에게 가해졌던 위협을 조사할 것을 촉구했지만 언론은 엉뚱하게 자살이 아니 타살 의혹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자회견 전문에서는 "안재환이 사채 때문에 죽었다"고 밝혔을 뿐 그가 누구에 의해 죽었다는 타살 의혹은 없었다. 하지만 이후 몇몇 매체는 타살의혹이라는 다소 엉뚱한 헤드라인을 뽑는 우를 범했다. 이뿐이 아니다. 정선희의 행보와 관련해서도 매체마다 보도가 제각각이라 읽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사실 사망사건처럼 궂은 일을 취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는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보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편치 않다. 원해서 한다기 보다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자도 과거 기자시절 이런 취재를 하면서 욕을 먹는 경우도 태반이었고 이런 사건이 터지면 2-3일은 집에 못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최근처럼 강압적인 경호원들이 막무가내로 취재진들을 몰아세울 때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보다 정확하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해야한다.

앉아서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수십번씩 현장에 와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기사화 해야된다. 어설프게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짜집기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필자 선배는 과거 모 가수가 죽었을 때 하루에 5번씩 상가를 방문해 관계자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덕분에 당시 필자의 선배를 모르던 매니저는 필자의 선배가 형사인줄 착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취재 내용이 부실하면 제목이나 다른 소재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선정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확대 재생산의 유혹을 받기 쉽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을수록 그리고 취재열기가 뜨거울수록 제대로 된 취재로 접근해야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명제 아래 갖가지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 낯간지러운 보도 대신 발로 뛰면서 팩트만을 보도하는 정확한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주철환 김미화의 문화전쟁' 프로듀서(sanha@obs.co.kr)

▶ 관련기사 ◀
☞[윤PD의 연예시대②]'자살' '타살' 떠나 안재환을 죽음으로 이끈 원인 찾아야
☞[윤PD의 연예시대①]안재환 자살 그후...연예인 사업가의 허와 실
☞[윤PD의 연예시대③]빌보드 앞서 할리우드, 브로드웨이로 향하는 스타들
☞[윤PD의 연예시대②]美 진출 성공 법칙 세가지...'언어, 인맥, 인내'
☞[윤PD의 연예시대①]'이제는 말보다 결실'...스타들의 미국진출, 허와 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