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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008년 2월1일 오후 9시. 엄기영 앵커(57)는 평소와 다른 오프닝 멘트로 MBC ‘뉴스데스크’ 의 시작을 알렸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로 '뉴스데스크' 마지막 진행인 저로서는 감회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마는 끝까지 잘해보겠습니다. 자 시작하죠.”
엄 앵커는 박혜진 아나운서와 함께 익숙한 모습으로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다. 약 50여 분의 보도시간이 흐른 뒤 '뉴스데스크'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말을 건넬 순간이 찾아왔다.
엄 앵커는 “밝은 뉴스를 좀 더 전해드렸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2008년 2월1일 '뉴스데스크'를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라며 시청자들과 이별을 고했다.
1989년 10월부터 1996년 11월, 2002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13년 3개월간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아왔던 엄 앵커의 마지막 멘트였다. 엄 앵커는 그렇게 MBC의 간판인 ‘뉴스데스크’의 마이크를 내려 놓았다.
엄 앵커는 “입사해 지금까지 MBC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 특히 10년이 넘는 앵커 생활은 MBC가 베풀어준 더할 수 없는 큰 은혜”라며 “그동안 정치권 등의 영입 요구를 물리친 것도 방송과 MBC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는데 이제 마지막으로 MBC에 보답하는 길을 찾게 됐다”며 앵커 사퇴의 변을 밝혔다.
엄 앵커의 '뉴스데스크' 사퇴는 단순히 한 방송국의 뉴스 앵커가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뉴스를 진행하며 정치권력을 비판하던 앵커들이 정작 자신들을 신뢰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권에 입문했을 때 엄 앵커는 초지일관 언론인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엄 앵커는 MBC가 보도국 출신의 기자를 뉴스 진행자로 선출하는 앵커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최장수 앵커의 기록을 남겼다. 그동안 방송사 뉴스를 진행하던 다른 앵커들과 다른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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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작진은 방송 후반부 ‘앵커는 내 인생’이라는 양효경 기자의 리포트를 통해 엄기영 앵커의 지난 13년 앵커 생활을 되돌아보며 엄 앵커의 사퇴에 의미를 부여했다. 리포트 중에 엄 앵커는 “시청자들과 함께 한 마음이 되서 뉴스를 전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의 유혹이 많았을 텐데 꿋꿋이 방송 외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며 “부드러우면서도 권위가 있는, 편안하면서도 힘이 있는 엄 앵커 같은 분이 다시 나올까 싶다”고 그의 사퇴를 아쉬워했다.
엄기영 앵커는 1974년 M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파리특파원을 지냈다. 에펠탑 아래서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파리에서 MBC뉴스 엄기영입니다’는 뉴스 마무리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정치부장과 보도제작국장, 보도국장 및 보도제작본부장을 거쳐 2002년 1월부터 부사장급으로 MBC에 재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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