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복고시대]'추억'을 파는 연예계...'8090' 핵심코드로 부상

  • 등록 2007-10-18 오전 9:22:42

    수정 2007-10-18 오전 9:29:50

▲ 80, 90년대가 복고열풍을 타고 대중문화의 핵심코드로 부상했다.(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SBS '일요일은 좋다-옛날TV', 영화 '해적 디스코 왕 되다', '품행제로', KBS 2TV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1980년대와 9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이 최근 복고열풍을 타고 현 시대 대중문화의 핵심 소재이자 코드로 부상했다.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는 것’이 문화의 흐름이다. 복고열풍 역시 돌이켜보면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던 유행이다.
 
그러나 최근의 복고열풍은 과거와 달리 80, 90년대(이하 8090)에 초점이 맞춰지며 당시의 사회와 문화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 영화 '라디오 스타'

◇ 8090 복고의 진원지는 영화계

8090을 본격적인 소재로 끌어들인 곳은 영화계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충무로의 시대배경은 8090에 모아지기 시작했다. ‘해적, 디스코 왕 되다’를 비롯, ‘품행제로’ 등의 영화는 디스코 문화가 점령했던 80년대 중반 청춘을 필름 속에 녹여내며 8090 복고의 서막을 알렸다.
 
80년대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프로야구의 출범과 그 풍경은 ‘슈퍼스타 감사용’을 통해 스크린에서 부활했다. 2004년 310만 관객을 동원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 역시 교복자율화 이전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88올림픽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던 80년대는 영화 소재의 보고가 되었다. 봉준호 감독은 80년대 후반 올림픽의 열기에 가린 ‘화성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으로 8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을 그려냈다. 지난해 추석 극장가를 강타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는 아예 8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몰락한 록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8090 복고 트렌드를 영화 전반에 걸쳐 배치했다.  

올해 초 개봉한 고소영 주연의 ‘언니가 간다’는 90년대 중반과 2006년을 오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관객들에게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더불어 90년대 중반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듀스의 노래가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이며 90년대에 대한 충무로의 관심을 반영했다.
 
올 여름 개봉해 600만 관객을 돌파한 ‘화려한 휴가’는 비록 8090 복고 유행과는 별개로 시작한 영화지만 80년대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건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에서 다뤄 화제를 낳기도 했다.

8090을 영화의 소재를 이끌어냈던 충무로는 이제 시점을 30, 40년대 일제치하 모던한 경성으로 복고의 무게 추를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여름 개봉한 ‘기담’을 필두로 ‘모던보이’와 ‘라듸오 데이즈’ 등이 속속 제작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복고의 유행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 그룹 원더걸스

◇ 8090 복고, 가요계에서 만발하다

80,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가요들이 한국영화의 주요 영화음악으로 쓰이면서 가요계 복고의 추세는 8090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살인의 추억’에 쓰였던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비롯해 ‘공동경비구역 JSA'에 흘렀던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등은 80, 90년대가 잉태한 명곡들이었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두 얼굴의 여친’에서도 양수경의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가 주인공의 사랑의 매개로 등장한다. ‘가문의 영광’에서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이 김정은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로 쓰였으며, ‘어린신부’에서 문근영이 불러 화제가 됐던 이지연의 ‘난 아직 사랑을 몰라’가 없었더라면 모름지기 이 영화의 재미는 반감됐을 것이다.

8090을 배경으로 한 한국영화가 히트하면서 그에 쓰인 당시의 가요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대중의 관심은 8090 시대의 가요들이 리메이크 되는 동기를 부여했고 당시의 가요들은 지금 신세대들에게 새로운 노래로, 기성세대들에겐 추억의 노래로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됐다.

사실 80년대와 90년대는 가요시장의 황금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던 시기였다. 조용필을 비롯해 서태지와 아이들까지 적잖은 가수들이 앞 다투어 100만장을 돌파한 음반을 내며 대중문화의 총아로 군림했다. MP3로 상징되는 디지털 문화가 가요계를 위축시키기 전인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요계의 위세는 위풍당당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90년대 중후반부터 가요계는 노래보다는 만능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이 맞춰진 가수들과 아이들 그룹이 전면에 부상했다. 이들은 노래 고유의 호소력과 가창력에 기대기보다 그 외적인 것으로 가요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추세가 엔터테인먼트의 산업화와 맞물려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대중들은 서서히 노래 자체에 목말라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중들은 편하게 듣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원하게 되었고 이런 흐름을 음반기획자들은 놓치지 않았다. 80년대 90년대 가요들은 지금의 가요와 비교했을 때 노래의 본질에 충실했고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노래라는 장점이 있었다.
 
이런 8090 복고의 상징을 보여주는 것은 80년대 명곡인 다섯 손가락의 ‘풍선’이 동방신기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90년대 아이돌 그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H.O.T의 '행복' 역시 현재 아이돌 그룹의 정상에 서있는 슈퍼주니어에 의해 다시 불려졌다. 가요계 8090의 위력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좋은 예다. 
 
최근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여성그룹 원더걸스는 80년대 디스코 풍의 노래 '텔미'로 10대 뿐만 아니라 30,40대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더걸스의 멤버들은 80년대와 90년대 태어난  신세대들로 이들의 무대의상과  노래는 8090 문화가 지금의 대중문화에서 어떻게 재창조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 8090 방송가의 새로운 피로 수혈되다

영화계와 가요계에서 시작된 8090 복고열풍은 방송가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수혈됐다. SBS는 아예 ‘일요일은 좋다’에서 ‘옛날TV’라는 코너를 통해 80년대와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따라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 역시 8090 복고를 소재로 지금은 전성기에서 내려온 스타들의 ‘그땐 그랬지’ 식의 이야기로 호기심과 향수를 자극한다.

이런 8090 복고를 가장 먼저 끌어들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간판코너 '불후의 명곡'이다. 가요사에 획을 그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를 찾아가 탁재훈과 신정환이 그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이 코너는 남진, 김건모, 김종서, 박남정, 설운도, 김수희, 조영남, 양희은, 이승철, 신해철, 전영록 등 80년대와 90년대를 풍미했던 당대의 가수들이 등장해 방송가의 8090 열풍을 주도했다.

이런 흐름 속에 80년대 90년대 대중문화계가 배출한 스타들은 전성기를 지났지만 최근 여러 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해 방송가의 주요 아이템 제공자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 8090 복고열풍 이면에는 시대의 퇴행적 분위기도 있어 

1986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최장수 연예정보프로그램인 KBS1TV ‘연예가 중계’의 한 관계자는 “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대중문화와 그에 따른 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8090 복고열풍은 한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중문화를 수용하던 10대와 20대가 기성세대로 편입함에 따라 당시에 대한 향수가 커진데다가 지금의 10대와 20대들에게도 (8090의 대중문화가) 새로운 유행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는 “한국은 80년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대중문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90년대에는 대중들이 본격적으로 대중문화와 호흡하며 방송이나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의 모든 부분들이 성장했다” 며 “지금의 8090 복고 유행은 대중문화 각 장르별 데이터가 아카이브처럼 축적된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80년대와 90년대 가요계는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만큼 당시의 가요들이 한국 가요계의 ‘클래식’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명석 씨는 “8090의 복고 열풍이 한때 유행이 아닌 미국이나 일본 유럽처럼 하나의 장르로 대중문화 안에 자리 잡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그러나 복고의 유행은 그 시대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지 못하는 퇴행적 징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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