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임수정 "첫사랑의 추억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 등록 2007-09-28 오후 12:36:21

    수정 2007-09-28 오후 1:22:46

▲ 임수정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사랑하는 감정이 충만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일 거예요.”

행복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해 답을 내놓는 품이 마냥 소녀 같았던 과거 출연작들에서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는 10월3일 개봉될 영화 ‘행복’(감독 허진호, 제작 라이필름, 영화사집)에서 여자 주인공 은희 역을 맡은 임수정(27)이 그 주인공이다.

‘행복’은 임수정의 ‘성숙’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임수정 스스로도 과거 역할들과 달리 은희는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20대 후반의 감성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영화들로 자신을 매료시켰던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과거에도 입버릇처럼 ‘함께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해온 황정민이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도 마음을 당겼지만 말이다.  
▲ 임수정

◇ 은희요? 조용하고 은은하게 연기했죠.

“‘행복’은 영수(황정민 분)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은희는 영수의 삶에서 짧지만 강하게 스치고 간 여성일 뿐이죠. 그래서 은희를 많이 드러나지 않게, 영수가 보고 느끼는 테두리 안에서 조용하고 은은하게 보여주려고 했죠.”

‘행복’은 클럽을 운영하며 자유분방하게 살다가 간경변을 앓게 된 영수가 요양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영수는 요양원에서 중증 폐농양을 앓고 있지만 다른 환자들을 돌보는 여자 은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은희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의 감정, 지금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당차고 어른스럽다.

임수정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약간의 모성애가 있는 점이 제가 은희와 닮은 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은희의 현모양처 같은 모습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고 사실 자유롭게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또 다른 영수의 여자 수연(공효진 분)이 저와 더 비슷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임수정은 무리 없이 은희 역을 소화했다. 캐릭터 소화는 물론 몸뻬바지에 할머니들이 신을 법한 단화, 덧버선, 털조끼 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은희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의상인 만큼 몸뻬바지를 입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덕분에 임수정은 황정민에 비해 등장하는 장면은 적지만 영수에게 가장 큰 행복을 안겨주는 인물이 은희라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깊숙이 각인시킨다.

임수정은 은희와 영수의 관계를 달과 지구에 비유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영수만 바라보는 여자라는 생각으로 은희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이뤄지기 쉽지 않고 떠나보내면 마음에 진한 아쉬움, 그리움이 남는 사랑이라는 뜻일까? 임수정은 “은희를 통해 관객들에게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 임수정



◇ 황정민과 베드신, 사람들이 숨죽이던데요.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 화제가 됐던 게 임수정과 황정민의 베드신이다. 10살이나 나이가 많은 황정민과의 멜로연기, 베드신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임수정은 “나이차는 실제 사랑에서도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극중 은희와 영수도 나이차가 큰 커플인 데다 황정민 오빠와는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만큼 나이차를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았고요”라고 말했다.

베드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쑥스럽고 떨렸지만 친한 사이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임수정의 설명이다. 임수정은 최근 진행된 ‘행복’ 시사회에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베드신을 봤다며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숨을 죽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수정은 “베드신은 예고편에서 나온 만큼만 얘기할 게요. 더 얘기하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요”라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임수정이 생각하는 ‘행복’이 궁금했다.

“그렇게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죠. 사실 내 행복은 어떤 것이고 어디 있을지 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행복이 뭔지 배웠어요.”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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