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시대ⓛ]'캐릭터'의 무한 변신, 예능 프로 성공 키워드

  • 등록 2008-02-12 오전 11:54:08

    수정 2008-02-12 오후 2:23:27

▲ 캐릭터 전성시대를 연 '무한도전'(사진=MBC)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축구선수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한때 연예인들에게도 소위 뜨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개인기’다.

각종 성대모사와 모창은 기본이었다. 백댄서 못지 않은 춤 솜씨를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는 마술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남다른 개인기가 있어야 했다.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개인기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또 그들의 개인기에 환호했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예능 프로그램의 모습은 그랬다.

개인기가 판을 치던 시대,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에게 당연하다는 듯 개인기를 요구했고 연예인들은 생존(?)을 위해 개인기 계발에 몰두했다. 이를 쫒아가지 못하는 연예인들은 무대 뒤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다. 성대모사와 모창은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기는 비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 회식자리나 교내 장기자랑에 나가서도 ‘개인기’는 메인 아이템으로 대접받기 일쑤였다. 반대로 개인기 하나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졸지에 최신 유행에서 뒤처지는 낙오자가 되고 말았다.

◇ 개인기 밀어낸 캐릭터,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하다

그러나 2008년 2월 현재 상황은 자못 다르다. TV를 켰을 때 개인기를 주력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더 이상은 찾아 보기 어렵다. 개인기를 대신해 지금 예능프로그램의 주류로 부상한 것은 다름 아닌 ‘캐릭터’다.

그리스어에 어원이 있는 ‘캐릭터’는 애초 조각에 새겨진 모양이란 말에서 비롯됐다. 이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개성을 뜻하는 말로 통용된 ‘캐릭터’는 2007년 무렵부터 부상하며 연예계의 핫 키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청률 30%를 바라보며 예능프로그램의 흐름를 이끌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 그 선두주자였다.

유재석을 정점으로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로 구성된 ‘무한도전’ 멤버들 가운데 개인기를 내세울 만한 인물은 딱히 없다. 박명수 만이 가수 이승철 모창으로 개인기의 시대를 건너왔을 뿐 나머지 멤버들은 ‘개인기의 전성시대’에 트렌드에 부응하는 연예인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무한도전’이 예능프로그램의 정상에 오른 이유는 연출을 맡은 김태호PD의 말처럼 “6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무리하고 무모한 도전을 거듭하는 6명의 멤버들은 그 과정 속에서 각기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흡입했다. 결국 6명의 멤버들 이름 앞에는 ‘유반장’ 유재석, ‘하찮은이 형’ 박명수, ‘돌아이’ 노홍철, ‘뚱보’ 정형돈, ‘식신’ 정준하, ‘꼬꼬마’ 하하 등 그들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별칭도 붙게 됐다.
 
▲ ""무한도전""에 이어 캐릭터로 승부하는 해피선데이 1박2일(사진=KBS)

‘무한도전’이 멤버들의 캐릭터 형성에 성공해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추세를 이끄는 상황이 되자 다른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들도 이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무한도전’과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라인업’이 그렇고 최근 ‘무한도전’의 아성에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는 KBS2TV 예능프로그램 ‘해피 선데이 1박2일’도 캐릭터 구축에 성공하며 ‘허당’ 이승기와 ‘은초딩’ 은지원 등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 캐릭터가 각광 받는 이유

최근 SBS의 대표적인 개그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메인 코너가 교체됐다. 지난 1년간 메인 코너였던 ‘형님뉴스’가 막을 내리고 그 자리를 선보인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웅이 아버지’가 차지 한 것.

‘형님뉴스’가 강성범을 중심으로 출연 개그맨들의 ‘개인기’가 중심이 되었던 코너였던 반면에 ‘웅이 아버지’는 웅이 아버지와 웅이 어머니, 웅이, 왕눈이 등 네 명의 캐릭터가 매번 다른 상황에서 고유의 캐릭터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다. ‘웃찾사’의 남승룡 PD는 “등장하는 캐릭터가 확실해 최근의 예능프로그램 트랜드에 부합한다”며 ‘웅이 아버지’를 메인 코너로 고정시킨 이유를 밝혔다.

‘웅이 아버지’에서 웅이 아버지 캐릭터를 맡고 있는 개그맨 이진호는 “개인기는 한 순간에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금방 잊혀 지는 경향이 많다”며“웅이 엄마에게 무뚝뚝한 웅이 아버지 캐릭터도 실제 친구 아버지의 모습에서 착안해 만들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한층 더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SBS 웃찾사의 메인 코너로 부상한 '웅이 아버지'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시청자들은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선호한다”며 “예능프로그램에서 뜨고 있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생활밀착형 인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컨대 ‘해피선데이 1박2일’은 강호동, 은지원, 이수근, MC 몽, 이승기, 김C의 각기 다른 성격이 1박2일간 무작정 여행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시청자들은 실생활에서 자신들과 별다를 바 없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함께 웃고 동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 캐릭터의 진화...'일요일이 좋다 X맨'부터 ‘무한도전’까지

사실 ‘캐릭터’는 어느 날 갑자기 연예계에 부상한 핫 키워드는 아니다. 특히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반, 그리고 지난해 ‘거침없이 하이킥’ 등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장르에서는 캐릭터의 구축이 장르의 성패를 좌우했다. 그러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캐릭터 구축의 비중이 높지 않았다. 연예인들의 개인기가 있었고 연예인들은 상황에 맞게 대본에 적혀있는 대사와 몸짓을 하면 그만이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캐릭터 구축이 프로그램의 흥망을 좌우하게 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은 2003년 SBS ‘일요일이 좋다 X맨’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최근 ‘무한도전’의 성공에 힘입은바가 크다. ‘X맨’의 경우 남녀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그에 따른 화음과 불협화음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당시 베이비복스의 막내로만 기억되었던 윤은혜는 ‘소녀장사’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며 이후 연예계 활동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리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을 스튜디오 밖에서 수차례의 시행착오와 갖은 고생 끝에 자신들의 캐릭터를 확립하고 예능프로그램의 캐릭터 전성시대를 열게 됐다.

◇ 캐릭터 시대의 그늘 

캐릭터가 예능프로그램의 주요 컨셉트로 자리 잡으면서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됐다. 하지만 실제 자신의 성격과 프로그램 내 캐릭터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남모를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서 ‘건방진 도사’ 캐릭터로 나오는 유세윤은 자신의 무릎팍 도사 내 캐릭터로 인해 “실제 성격마저 건방진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 유세윤이 건방진 도사 캐릭터로 출연하는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사진=MBC)


최근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룹 타이푼의 여자 멤버 솔비 역시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솔직하고 막말하는(?)캐릭터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연예인 중 한명이다. 솔비는 지난 2월 초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불가능은 없다’코너에서 “프로그램이 살지 몰라도 나는 죽어가는 것 같다"며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로 인한 고충을 털어놨다.

SBS 예능국의 중견 PD는 “대부분 연예인들이 자신의 개성에 걸맞은 캐릭터를 구축하지만 때로는 방송을 위해 실제 성격과 상반된 캐릭터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연예인들 가운데서도 기존의 캐릭터로 인해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변신을 시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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