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드라마에 휴먼다큐 담는 '로비스트' 이현직 PD

  • 등록 2007-10-15 오후 1:08:47

    수정 2007-10-15 오후 1:15:09

▲ 이현직 PD(제공=SBS)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1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드라마 SBS ‘로비스트’ 연출자 이현직 PD는 휴먼다큐멘터리 연출을 하고 싶어 PD가 됐다.

그러나 그는 1991년 SBS 1기로 입사한 직후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하기에는 너무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드라마국을 택했다. 경험을 쌓은 후 휴먼다큐멘터리 연출을 하겠다는 생각 아래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국에 오고 나서야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교양국으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드라마에 다큐멘터리 요소를 포함시킬 수 있는 ‘팩션’(fact+fiction)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졌다.

이현직 PD는 지난 2000년 백정 아버지를 둔 한국 최초의 여의사 이야기를 다룬 2부작 특집 ‘백정의 딸’로 팩션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 이 드라마로 그는 ABU(아시아 태평양 방송연맹)상 TV부문 최우수작품상, 휴스턴 영화페스티벌 플래티넘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등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로비스트’를 팩션 드라마로 만들어가고 있다.

◇ '로비스트'로 로버트 김 명예 회복 됐으면...

‘로비스트’는 무기 거래를 하는 로비스트들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로비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부정적 인식이 많다.

이현직 PD는 왜 이를 팩션 드라마로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1996년 로버트 김 사건이 있었잖아요. 한국계 미국인인 로버트 김은 한국을 위한 일을 하다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했는데 국가우선주의로 인해 국가를 위해 개인이 피해를 감수한 것이죠. 이 드라마를 통해 로버트 김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싶었어요.”

로버트 김 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로비스트들이 연관됐던 각종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을 ‘로비스트’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이현직 PD의 생각이다.

그는 “2001년 독도분쟁으로 인해 일어난 한일 해상대치 상황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003년부터 외주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기획에 들어갔어요. 그게 ‘로비스트’죠”라며 이 드라마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도분쟁을 다루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과거 군대에서의 경험, 무기 거래를 하는 직업을 더 이상 사회의 어두운 측면으로 남겨둬서는 안되겠다는 그의 생각도 ‘로비스트’의 탄생에 한몫 했다.

이현직 PD는 카투사로 주한미군 포병부대에서 복무를 하다 1988년 제대를 했다. 이현직 PD는 “당시 무기 첨단화 방안에 맞춰 한국군이 구입한 무기 중에는 미군이 한국전쟁에서 사용한 대포가 포함돼 있었어요”라고 설명했다. 당시에는 미군과 국군의 무기 차이가 상당했고 맹목적으로 미국 것을 수입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적합한 것을 따져 수입하는 상황이 됐으며 독자기술도 발달해 무기 산업은 한국의 효자 수출산업으로 전망이 밝은 만큼 이를 거래하는 직업을 조명하고 싶었다고 이현직 PD는 밝혔다.
 
▲ 이현직 PD(제공=SBS)


◇ 생명경시풍조 경계... 제목 때문에 군기관 협조 거절 "서글퍼"

‘로비스트’에는 총기뿐 아니라 전차, 군함, 대포 등 많은 무기가 등장한다. 이는 분명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다. 이 드라마의 방송 전 열린 시사회와 첫회에서는 스릴 넘치는 총격전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현직 PD가 이 드라마 연출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도 무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총격전 등만 보여줘 재미만 극대화시키려 하진 않았다.

“무기는 잘 쓰면 인간에게 이로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무기가 장난스럽게 그려지면 생명경시의 느낌을 줄 수 있죠.”

이현직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무기와 인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TV 시청자들 중에는 여성의 비중이 높고 젊은 세대들은 무기에 대한 경험이 없는 만큼, 무기를 둘러싼 사건이나 연루된 사람들의 이야기 등 평소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부분은 촬영 협조에 관한 것이다. 무기, 군대와 연관된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군 기관에서 협조를 받아야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거절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이현직 PD는 “한국 군 기관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어요”라며 “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을지 모르지만 담당자가 제작진에게 밝힌 이유는 제목이 ‘로비스트’이기 때문이래요”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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