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에 빠지다] 사극 광풍, 이대로 좋은가

과도한 폭력성, 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 우려
한류 핵심 콘텐츠로 부상 및 역사의식 고취 측면에선 순기능도

  • 등록 2007-10-01 오후 4:14:45

    수정 2007-10-01 오후 4:43:24

▲ SBS '왕과 나', MBC '태왕사신기' '이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왕과 나’, ‘이산’, ‘태왕사신기’, ‘세종대왕’, ‘일지매’, ‘ 바람의 나라’ 등등. 가히 사극 전성시대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방송3사의 편성표에는 사극들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허준', '대장금', '주몽', '대조영' 등 지금까지 방송가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는 시청률 대박드라마 가운데는 사극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사극은 방송국의 입장에선 매력적이고 또 도전하고 싶은 장르다.

◇ 한국 문화와 드라마의 우수성 알리는 견인차 역할   

최근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나선 사극은 한국문화의 전도사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진다. 2003년 방영된 MBC의 ‘대장금’은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서 한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최근 ‘대장금’의 하이라이트 편집분은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 상영되며 대영박물관을 찾은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대장금’의 성공 이후 해외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우리의 사극은 특히 아시아시장에서 환영받는 장르가 됐다. 평균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올해 3월 종영한 ‘주몽’은 일본, 필리핀, 홍콩 등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8개국에 수출됐다. 한국 고대사의 영웅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담은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 역시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일본 안방을 점령할 기세다. 430억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는 오는 12월부터 일본의 NHK 위성채널인 하이비전의 방영을 시작으로 대만·태국·홍콩·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 MBC '대장금'

이렇게 산업적 측면에서도 한류의 핵심 콘텐츠로 떠오른 사극은 국내 방송가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조 왕건’,‘불멸의 이순신’,‘대조영’ 등의 정통 사극을 만들고 있는 KBS는 공영방송의 위상에 걸 맞는 대하사극을 선보이며 ‘한국인의 방송’이라는 KBS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KBS와 MBC SBS 등 방송 3사는 사극을 통해 한국 드라마 및 연관 산업 분야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여타의 드라마보다 제작규모가 큰 사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드라마 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제작비가 300억 정도 든 것으로 알려진 KBS의 '불멸의 이순신‘ 같은 경우 노량해전 등을 재현하면서 국내 컴퓨터그래픽 업체들의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대조영‘은 속초시에 대규모 세트를 지원받아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와 사극제작의 윈윈 모델을 보여줬다.

이런 눈에 보이는 효과 외에도 사극은 시청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취 시킨다는 측면에서 더없이 중요한 무형의 가치를 지닌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비롯해 일본의 임나일본무 등 주변국들이 ‘역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국내 공교육에서는 되레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는 우를 범했다. 이런 와중에 사극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역사의 교훈과 현재의 정세를 대입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 고구려를 비롯한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주몽’과 ’,‘대조영’,‘연개소문’ 등은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의 역사를 재평가하며 만주대륙을 호령했던 한민족의 역사를 안방극장에 재현했다.

또한 사극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를 유도함으로서 풍성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최근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왕과 나’는 내시 김처선의 일대기를 화면에 옮기며 그동안 역사 속에서 소외되었던 내시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왕과 나’는 훗날 성종에 의해 사약을 먹고 죽고 마는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를 비극적인 사랑에 희생된 인물로 그리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 KBS 1TV '대조영', KBS 2TV '사육신'(왼쪽부터)


◇ 영웅의 과대 포장, 비뚫어진 역사관 전할 우려도 커    

그러나 사극의 본질은 냉정히 말해 역사적 사실과 연출진이 상상한 허구가 덧붙여 만들어진 기승전결을 염두에 둔 드라마다. 즉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장르지만 ‘역사적 사실’ 이라는 소재 자체로 인해 다큐멘터리와 같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로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속성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사극의 부정적인 영향도 함께 제기된다. 시청자들이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드라마의 구분을 정확하게 분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극에서 허구가 가미되어 전개되는 역사적 상황이 마치 사실인양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역사 왜곡을 야기하며 자칫 잘못된 사관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줄 위험성이 있다.

더군다나 우리가 만드는 사극인 만큼 우리 역사의 과보다는 공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김우룡 교수는 “최근 우리 사극에서 영웅의 업적에 대해 과대 포장하는 경우를 본다”며 “‘대조영 같은 경우 역사적 고증과 별개로 대조영의 업적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0%의 시청률을 선보이며 고공비행중인 ‘태왕사신기’ 또한 자칫 잘못하면 ‘한민족 만세!’를 부르는 일방적인 광개토대왕 찬가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사극의 속성상 역사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리민족만 위대하다는’ 식의 국수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우리 자신의 정당성을 저해시킨다. 역사적 자긍심과 역사적 평가에 대한 균형점을 사극은 놓치기 쉽다. 대중은 역사의 승리에 더욱 큰 환호를 보내게 마련이고,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의 입장에선 더욱이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사극은 실존 인물에 대한 잘못된 묘사로 인해 후손들에 명예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불멸의 이순신’ 방영 당시 제작진은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했던 실존인물의 후손들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할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극화된 조상의 모습이 실제 역사서에 기록된 조상의 모습을 왜곡해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극의 특성상 대규모 전투장면에서 오는 ‘폭력성’도 사극의 어두운 부분 중 하나다. 사극의 전투장면은 한마디로 칼과 창으로 서로 육박전을 벌이며 살육하는 모습을 즐겨 보여준다.

그러한 장면들이 정당성을 가지는 것은 전투의 이면에 담긴 전쟁의 비극을 담아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사극은 전투장면의 폭력성에만 초점을 맞춰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전투 신을 묘사할 수 있을까에 치중하고 있다. ‘주몽’,‘대조영’,‘태왕사신기’ 등은 ‘스펙터클 전투 신’이라는 이름 하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투 장면을 보여주며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공중파 화면으로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유혈이 낭자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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