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안경현 '스카우트' 대담...최고 장면은 '비광' 이구동성

  • 등록 2007-11-16 오후 6:03:11

    수정 2007-11-16 오후 6:07:29

▲ 임창정(왼쪽)과 안경현(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임창정씨 출연하는 영화는 ‘남부군’ 빼고 다 봤어요. 엄청난 팬이에요.”(안경현)

“안경현 선수를 너무 좋아해요. 더구나 두산 베어스 팬이다 보니 (안경현을) 오늘 처음 만난 것 같지 않네요.”(임창정)

스크린 스타 임창정과 두산 베어스의 스타플레이어 안경현이 서로의 팬으로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만남이 성사된 것은 임창정이 주연을 맡아 14일 개봉한 영화 ‘스카우트’(감독 김현석, 제작 두루미 필름)가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고교 3학년 시절 대학들의 스카우트 경쟁을 소재로 삼아, 야구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

이데일리 SPN은 임창정과 안경현에게 ‘스카우트’에 대한 대담을 요청했고 서로 팬이었지만 그동안 만난 적이 없던 두 사람은 흔쾌히 수락했다.

첫 만남이라 분위기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상대방을 너무 동경해 왔던 임창정과 안경현은 각각 영화의 주인공과 관객으로 마주앉아 영화와 야구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안경현은 이 자리를 위해 개봉에 앞서 ‘스카우트’ 시사회도 다녀왔다.

◇ '스크린 스타' 임창정과 '야구 스타' 안경현의 '스카우트' 이야기  

임창정 Ⅰ야구를 접한 게 ‘스카우트’ 촬영을 하면서부터니까 이제 6개월 됐는데 완전히 광이 됐어요.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스포츠인 줄 몰랐어요. 운동도 많이 되고요. ‘스카우트’ 촬영을 할 때는 틈이 나면 캐치볼을 할 정도였다니까요. 특히 안경현 선수는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고 고군분투하면서 스타로 성장해 존경스러워요. 

안경현 Ⅰ 임창정씨가 더 대단하죠. 임창정씨 연기는 배워서 하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냥 주변에 흔히 있는 재미있는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연기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것 같아 좋아요. 이번 ‘스카우트’에서는 주인공 호창 역을 맡았잖아요. 언더핸드스로 투수 출신을 연기하는데 투구폼도 80점 이상은 줄 수 있겠던 걸요.

임창정 Ⅰ 극중 선동열 아버지로 나오는 백일섭 선배님이 저에게 “꽈배기 투수였구만”이라고 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사실 어려서는 공을 잘 못던졌는데 그 대사 때문에 공 던지는 걸 배웠어요. 처음에는 오버스로로 배우고 그 폼을 그대로 옆으로 뉘었죠. 팔이 마비될 정도로 공을 던졌더니 이제는 컨트롤도 되고 구속도 시속 100km 정도는 나와요.

안경현 Ⅰ 저도 장난삼아 언더핸드스로로 던져보는데 몇 번 던지면 다음날 허리가 아파요.

임창정 Ⅰ 눈썰미가 있어서 금방 배우는 것 같아요. 골프도 4개월 만에 싱글 수준까지 됐죠. 직업이 배우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수준까지 가면 그 이상을 못넘어가죠. 이번에 야구에 재미를 붙여서 연예인 야구팀 조마조마 소속으로 경기에 한번 나갔는데 두 타석에서 삼진과 내야땅볼로 물러났어요. 야구도 잘 못하는데 진짜 성질이 나던데요.

안경현 Ⅰ 몇 번 타석에 서다보면 배팅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 영화 '스카우트'의 임창정

임창정 Ⅰ 궁금한 게 있어요. 야구선수들은 타석에서 공이 오면 무섭지 않나요?

안경현 Ⅰ 무섭죠. 몸쪽으로 공이 와서 한번 놀란 뒤에 다시 몸쪽으로 공이 오면 밖으로 빠지는 변화구라도 움찔 해요. 그러니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가 맞아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몸쪽 공을 던지는 거죠.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선동열 아버지 눈을 공으로 맞힌 뒤 도망가는 장면이 기억나네요. 너무 웃었어요.

임창정 Ⅰ 그거 애드리브예요. 대본에는 다가가서 “아버지 괜찮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선동열을 스카우트 하러 간 호창 입장에서는 그 아버지가 너무 높은 사람이잖아요. ‘새됐다’는 생각으로 도망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저는 연기를 한다는 생각은 안해요. 잠깐 그 사람으로 살면서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나올 수 있는 보편적인 행동을 생각하죠. 그래서 상대 배우의 대사는 외워도 제건 안외워요. 그러다 보니 촬영을 할 때도 매번 대사가 다르죠. 자신의 대사를 외워서 하면 대사를 할 타이밍에 미리 준비를 하느라 눈빛이 달라지고 결국 자연스러운 연기는 나올 수 없어요.

안경현 Ⅰ 그렇게 하면 NG는 안내겠네요.

임창정 Ⅰ 에이, 아무리 힘 빼고 촬영을 한다고 해도 감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에서는 집중을 해야 하는데 NG를 안낼 수 있겠어요. ‘위대한 유산’을 촬영할 때는 한 장면에 48번 NG를 내기도 했어요. ‘1번가의 기적’에서는 27번. 특히 우는 장면에서는 관객도 슬프게 느껴야 하잖아요. 집중을 해야죠.
 
▲ 임창정(왼쪽)과 안경현(사진=김정욱 기자)

안경현 Ⅰ 우는 연기가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임창정 Ⅰ 사실 그래요. 제 마음이 울고 있어야 관객들도 울죠. 그래서 감정이 잘 안잡힐 때는 다른 장면을 찍거나 아예 촬영을 미루기도 해요. 야구 선수도 경기가 잘 풀릴 때가 있는가 하면 안될 때도 있잖아요.

안경현 Ⅰ 그렇죠. 어제 타석에서 잘 때렸어도 오늘 첫 타석에서 공 하나 지나가는 것을 보면 ‘어제 그 기분이 아니네’ 라고 생각할 때가 있죠.

참, 영화 마지막에 호창이 공중전화부스에서 경찰에게 잡혀 맞고 끌려가잖아요. 너무 속상했어요.

임창정 Ⅰ 그런 말씀 들으니 너무 행복하네요. 형사 역할을 맡은 배우가 동갑 친구인데 그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한대 때렸어요. ‘왜 때렸는지 알지?’라고 말했죠. 그랬는데 너무 때리더라고요. 그래도 그 장면에서 호창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피해를 입은 무고한 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보여야 했거든요. 맞는 연기도 자신 있고요. 하하하.

안경현 Ⅰ 그런데 광주민주화운동 직전 경찰에 끌려간 호창은 어떻게 됐을까요? 

임창정 Ⅰ 대학 직원이었던 만큼 학교에서 구해줬겠죠. 그리고 당시 가장 안전한 곳이 경찰서 아니었을까요?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인 세영(엄지원 분)이 TV로 이종범 선수와 선동열 감독을 볼 때 ‘간간이 호창의 소식을 들었다’는 내레이션이 나오잖아요.

안경현 Ⅰ 세영의 내레이션이 없었다면 호창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뻔 했어요.

임창정 Ⅰ 연말 영화는 해피엔딩이 돼야 해요. 사실 호창과 세영이 행복하게 사는 엔딩도 촬영을 했는데 그건 너무 코미디 같아 세영이 TV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선택했죠. 그런데 안 선수는 영화 '스카우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뭐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스카우트'의 명장면은...  
 
안경현 임창정 Ⅰ (동시에 이구동성으로) ‘비광’이요. 세영을 좋아해 과거 연인이었던 호창을 괴롭히던 주먹 곤태(박철민 분)가 세영에게 준 시 있잖아요. “나는 비광. 섯다에는 끼지도 못하고 고스톱에서는 광대접 못받는 미운오리새끼”라고 하는 시요.
 
▲ 영화 '스카우트'에서 호창(임창정 분)의 공에 눈을 맞은 선동열 아버지(백일섭). 안경현은 이후 이어지는 상황을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안경현 Ⅰ 그 장면 외에 호창이 공으로 선동열 아버지 눈을 맞히고 도망가는 장면도 재미있었고, 마지막에 경찰에게 호창이 맞는 장면에서는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괜히 ‘호창이 선동열을 스카우트 했으면’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창정 Ⅰ 마지막에 TV를 보면서 세영이 눈물을 짓는 장면에서는 저도 슬프더라고요. 호창이 사준 글러브와 공으로 혼자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꼬마 이종범 뒤로 탱크가 지나가는 장면에서는 섬뜩했고요.

대담을 마친 뒤 안경현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갖다주기 위한 사인을 임창정에게 요청했고 임창정은 “영화 포스터에 사인을 해서 액자에 넣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임창정도 안경현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이제부터 형님이라고 불러도 돼죠? 앞으로 자주 뵈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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